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하루 남짓 만에 체포·ICC 압송·수감
마닐라 공항 체포뒤 전세기로 두바이 거쳐 하루만에 헤이그까지
관할권 논란에 ICC “필리핀 협약 탈퇴전 범죄에 관할권” 설명
필리핀 대통령 압송 비행기 영공 벗어난 뒤 “국가 의무 다한 것”
![[마닐라=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 빌라모르 공군기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네덜란드 헤이그를 향해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인도적 살상 혐의로 체포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헤이그로 압송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2025.03.13.](https://img1.newsis.com/2025/03/12/NISI20250312_0000173609_web.jpg?rnd=20250312133311)
[마닐라=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 빌라모르 공군기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네덜란드 헤이그를 향해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인도적 살상 혐의로 체포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헤이그로 압송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2025.03.13.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79)이 12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수감됐다.
11일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파사이의 빌라모르 공군기지에 구금되어 있다가 당일 헤이그로 이송됐다.
체포 하루만에 ICC에 압송 수감
비행기가 로테르담에 착륙하자마자 ICC는 두테르테가 ‘인륜에 반한 범죄인 살인’ 혐의로 구금됐다고 확인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법원 심리 일정은 적절한 시기에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영공을 벗어난 지 몇 분 뒤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국가가 법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스는 “이것이 국제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두테르테의 대통령 재임(2016년∽2022년) 기간인 2019년 ICC를 관할하는 로마협약에서 탈퇴했다.
관할권 논란속 필리핀 대통령 “국가의 의무 다한 것”
필리핀 대통령궁은 11일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 직후 필리핀은 국제경찰 기구인 인터폴의 회원국으로서 ICC를 대신해 인터폴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ICC 판사단은 7일자 영장에서 필리핀이 조약에서 탈퇴하기 전 고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고 적시했다.
ICC는 필리핀이 로마협약을 탈퇴하기 전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ICC의 조사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하며 여기에는 두테르테가 대통령 취임 이전 남부 대도시 다바오의 시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이 포함됐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퇴임 후에도 다바오의 시장을 지냈다.
ICC에 두테르테에 관해 제기된 불만 사항에 따르면 그는 다바오에서 마약 용의자를 쫓기 위해 현상금 사냥꾼 ‘죽음의 분대’를 두었으며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이 모델을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했다고 BBC는 전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두테르테의 체포를 “필리핀의 책임을 묻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두테르테 집권 시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625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인권단체들은 실제 희생자가 3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권력 투쟁에서 패배해 ICC에 넘겨졌나
두테르테와 마르코스 가문은 필리핀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세력으로 2022년 함께 손잡고 마르코스는 당선됐으나 사이가 틀어졌으며 두테르테가 ICC에 넘겨진 것은 극적으로 드러난 정치적 불화를 보여준다고 방송은 풀이했다.
두테르테의 딸 사라 두테르테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르코스 부통령으로 출마했으나 자신도 지난달 하원에서 탄핵을 당한 뒤 6월 상원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으며 아버지는 ICC에 압송되는 운명을 맞았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자신 아버지의 체포는 ‘납치’이자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12일 마닐라를 떠나 네덜란드로 향했다고 부통령실은 밝혔다.
앞으로 ICC에서 재판 관할권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의 체포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지자들은 대법원에 ICC 영장에 대한 제지 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두테르테가 비행기로 출국하기 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대 국제형사법 교수인 사라 윌리엄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두테르테는 필리핀 정부가 체포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자국 내에서 체포돼 관할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재판은 2개월 혹은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NYT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30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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