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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는 한국 문학의 토지였다"…탄생 100주년 다시 읽는 '토지'

등록 2026.06.18 20:46:05수정 2026.06.18 21: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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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후배 문인 등 참여해 기억 나눠

박경리로 논문 쓰고, 소설가가 된 이들

"후배 작가들에게 태도를 알려준 사람"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영인(왼쪽부터) 평론가, 이기호 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박상민 경남대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대상 작가 '박경리' 문학정담을 하고 있다. 2026.06.0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영인(왼쪽부터) 평론가, 이기호 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박상민 경남대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대상 작가 '박경리' 문학정담을 하고 있다. 2026.06.0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26년 동안 원고지 약 2만9500장을 써 내려간 작가, "글쓰기는 고통"이라면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은 사람,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던 문인, 남성 중심 문단에서 여성의 삶을 끈질기게 써낸 작가, 그리고 후배 문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준 선배.

모두 소설가 박경리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후배 문인과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문학의 거목을 다시 읽었다. 그들이 기억한 박경리는 대하소설 '토지'를 남긴 국민 작가이자, 후배들에게 문학과 삶의 태도를 가르친 선배였다.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23층 대산홀에서 열린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문학정담에서는 박경리의 작품 세계와 문학적 유산을 조명하는 대담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고(故) 박경리의 외손자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후배 문인과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한국 문학의 거목, 소설가 박경리 세션'은 서영인 평론가의 사회로 소설가 이기호·정지아, 박상민 강남대 교수가 참여해 박경리 문학의 의미를 되짚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영인(왼쪽부터) 평론가, 이기호 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박상민 경남대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대상 작가 '박경리' 문학정담을 하고 있다. 2026.06.0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영인(왼쪽부터) 평론가, 이기호 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박상민 경남대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대상 작가 '박경리' 문학정담을 하고 있다. 2026.06.00. [email protected]


박경리는 1955년과 1956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과 '흑흑백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전후 여성의 고통과 분노를 그린 작품들로 주목받았고, 1960년대 이후에는 시대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그의 대표작 '토지'는 총 5부 25편에 걸쳐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담아낸 대하소설이다. 민족과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한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으며 화와 세 차례의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박상민 교수는 "'토지'가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된 시기는 1980년대"라며 "1969년 연재가 시작된 이후 3부가 끝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토지'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그는 "'토지'의 서사와 가장 유사한 서사체는 사실 경전"이라며 "'토지'는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 해석들이 서로 넘나들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영인(왼쪽부터) 평론가, 이기호 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박상민 경남대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대상 작가 '박경리' 문학정담을 하고 있다. 2026.06.0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영인(왼쪽부터) 평론가, 이기호 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박상민 경남대 교수가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대상 작가 '박경리' 문학정담을 하고 있다. 2026.06.00. [email protected]


후배 작가들에게 박경리는 작품 이상의 의미로 남아 있었다.

정지아는 "'토지' 1권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 있는 여기가 소설의 무대고, 여기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며 "'토지'는 저에게 역사적 상상력, 더 나아가 소설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준 책"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지금 보는 게 전부가 아니고, 내가 밟은 이 땅과 흘러가는 강, 뒤에 보이는 지리산에도 거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지금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가 소설이겠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기호 역시 박경리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하며 작가의 존재가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도로 하나 건너면 바로 박경리 선생님 댁이었다"며 "아무것도 없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한테 유명한 사람이 산다는 게 커다란 자부심이었다"고 했다.

또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장난삼아 박경리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때가 '토지'를 한참 집필하던 때였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은경(중앙대 교수)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획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념식 참석하여 총론을 발표하고 있다. 2026.06.1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은경(중앙대 교수)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획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념식 참석하여 총론을 발표하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박경리의 유산은 작품에만 머물지 않았다.

2001년 박경리문화재단이 국내 최초로 시작한 레지던시는 후배 문인들이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박경리가 남긴 문학적 자산이 다음 세대 작가들을 키우는 토양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기호는 "'토지'라는 소설은 단순히 활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후배 작가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태도를 가르쳐준 좋은 작가"라고 기억했다.

박경리는 작품뿐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도 후배 문인들에게 영향을 남겼다는 평가다.

참석자들은 '토지' 외의 작품들도 함께 읽어보길 권했다.

박상민 교수는 '김약국의 딸들'과 '시장의 전장'을 추천했고, 정지아는 "'파시'에는 전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이데올로기 소설의 최고로 꼽는 최인훈의 '광장'을 뛰어넘는 지점도 있다"며 '파시'를 꼽았다. 이기호는 에세이집 '원주통신'을 추천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념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6.1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2026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념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문학제 기획위원장인 정은경 평론가는 "박경리 작가야말로 토지 같은 분"이라며 "원주에서 텃밭을 가꾸듯 글밭이라는 토지를 가꾸셨고, 우리는 그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박경리의 외손자인 김세희 이사장은 "박경리, 김자림, 박현숙, 김종길, 박인환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신 위대한 분들"이라며 "위대한 문학은 그 시대와 민족의 진정성과 정신성을 담아내고 또 창조하며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날 기념 문학제는 박경리를 비롯해 1세대 여성 극작가 김자림, 박현숙, 시인 김종길, 빅인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서울=뉴시스] 소설가 박경리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소설가 박경리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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