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아닌 중국이 유가 움직인다…'에너지 큰손' 된 배경은
등록 2026.09.18 11:38:06
中, 이란전쟁 첫 6개월 원유 수입 23%↓
골드만 "中 원유 구매 줄여 유가 배럴당 10달러 낮아져"
비축유·전기차로 수요 조절…정제유 수출은 외교 수단으로
![[칭다오=차이나토픽스·AP/뉴시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이란전쟁 발발 이후 첫 6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사진은 4월11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원유 수입 부두에서 예인선들이 유조선의 접안을 돕고 있다. 2026.09.18.](https://img1.newsis.com/2026/09/18/NISI20260918_0002243187_web.jpg?rnd=20260918104720)
[칭다오=차이나토픽스·AP/뉴시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이란전쟁 발발 이후 첫 6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사진은 4월11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원유 수입 부두에서 예인선들이 유조선의 접안을 돕고 있다. 2026.09.18.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이란전쟁을 계기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국제 원유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원유 비축과 정제 능력, 전기차 보급 등을 바탕으로 원유 구매를 대폭 줄이면서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정제유 수출을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기존 산유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이란전쟁 발발 이후 첫 6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중국은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자 막대한 비축유를 활용하고 정유시설 가동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유 수입을 크게 축소했다.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다른 국가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의 원유 구매 감소는 국제유가의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븐 원유연구 책임자는 중국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원유를 계속 구매했다면 8월 말 기준 국제유가가 실제보다 배럴당 약 10달러 높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에리카 다운스 선임연구원은 "아무도 중국에 이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중국이 새롭게 확보한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중국은 원유 구매뿐 아니라 정제유 수출을 조절하며 에너지를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란전쟁 초기 중국은 국내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유와 휘발유, 경유 등의 수출을 대폭 제한했다.
공급이 특히 부족했던 시기에는 베트남과 태국 등 중국과 가까운 국가에 정제유를 주로 공급한 반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호주와 필리핀 등에는 공급이 줄었다. NYT는 이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외교·통상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과 유사한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생산량을 조절해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구매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수요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원유를 대규모로 비축할 때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구매를 줄일 때는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운스 연구원은 중국이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이 오랜 기간 확대해온 원유 비축과 에너지 다변화가 있다.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현재 전 세계에서 규모가 파악되는 원유 재고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전기차 확산도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기차 보급으로 올해 2분기 하루 약 150만배럴의 원유 소비를 줄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세계 원유 수요의 1% 이상에 해당한다.
중국이 새롭게 확보한 에너지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다음 주 백악관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앞두고도 주목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메건 오설리번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수십 년간 얼마나 큰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생각해보라"며 "중국이 수요 측면에서 그런 능력을 갖게 된다면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특정한 행동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제시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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