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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식처럼 키웠는데" 조카 도맡은 고모 비극에 '탄식'

등록 2023.03.28 17: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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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조카 직접 돌보려고 장애인활동지원사 돼

보조금, 활동비 모두 조카들에게 쓰며 지극정성

유족들 "기사에 달린 좋지 않은 댓글 힘들어"

"제 자식처럼 키웠는데" 조카 도맡은 고모 비극에 '탄식'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주변에서도 다 대단하다고 했어. 본인은 화장품도 하나 바르지 않고 부모보다 제 자식처럼 키웠거든. 이렇게 가는게…"

2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피해자 A씨의 작은아버지 B씨는 허무하게 간 조카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C(13)군의 돌발 행동에 지난 27일 생을 달리했다.

B씨는 "결혼도 안 했지만 먼저 간 C군 아버지를 대신해 자기 아이들처럼 키웠다"며 "장애와 관련해서 나온 보조금, 본인이 돌보미 활동을 해서 나오는 금액 등 들어오는 모든 돈을 아이들에게만 썼다. 본인 화장품도 하나 안 샀다"고 했다.

A씨는 직접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을 따고, C군 형제를 돌봤다. 아이들도 이런 A씨의 정성에 감동하는지 마치 친엄마처럼 잘 따랐다고 한다.

B씨는 "C군 형제가 고모(A씨)를 그렇게 잘 따랐다. 그랬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A씨가 C군에게 며칠간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제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B씨는 "학교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말로 타이르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태블릿PC로 하던 게임을 못 하게 했다. 게임 제지에 폭발해 우발적으로 이런 사고가 생긴 것 같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일에 차려진 빈소는 한산했고, 가족들과 가깝게 지낸 동네 주민들 몇몇이 고인이 가는 길에 애도를 표했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이들의 울음소리와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아쉬움의 한숨이 빈소를 채웠다.

B씨는 또 "사고 기사가 나가고 좋지 않은 댓글이 달렸다고 들었다. 난 인터넷을 잘하지 못해 직접 보지 못했는데 다른 가족들이 보지 못하게 말렸다. 그런 게 아주 힘들다"며 고개를 떨궜다.

C군은 전날 오후 7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주택에서 A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C군이 미성년자인 만큼 구속하기보다 응급입원 조치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C군의 심리적, 정신적 건강을 고려해 보호자 인계 대신 응급입원 조치를 결정했다"며 "향후 서울가정법원(소년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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