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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격 그렇게 올리더니"...올 들어 보복소비 '뚝'

등록 2023.03.20 15:36:31수정 2023.03.20 15: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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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소비 끝..고물가에 생활비 오르자 명품 소비부터 줄여

끝없이 올리는 가격 정책에 MZ세대 심리적 부담도 커져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전 제품 가격인상을 3∼11% 인상 발표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입구에서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다. 2022.11.0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전 제품 가격인상을 3∼11% 인상 발표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입구에서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다. 2022.11.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보복소비 양상이 고물가에 급격히 수그러들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명품 소비도 계속 꺾이고 있다.

명품 매장 앞에 새벽부터 줄을 길게 서던 ‘오픈런’도 최근에는 주춤한 모양새다. 대기 번호표를 가장 먼저 받기 위해 밤샘도 불사했던 열혈 고객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백화점 입구에 줄세워 있던 간이의자와 텐트도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2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롯데의 증가율이 5.0%, 신세계 5.3%, 현대 5.8%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세 곳의 명품 매출은 롯데가 전년 동기 대비 35.0%, 신세계 47.8%, 현대가 20.8% 불어났다.

명품 성장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10월 8.1%, 11월 11.3%, 12월 6.0%로 점차 둔화하더니 올해 1월부터는 마이너스(-7.2%)로 돌아섰다.

올해 백화점 명품 실적이 주춤한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으로 필수 소비재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명품 등의 '사치재' 소비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명품 브랜드들의 일 년에도 수 차례씩 가격을 올리는 마케팅 관행이 주요 소비 층인 MZ세대의 심리적 부담감을 더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보복소비’란 말이 흔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 욕구를 분출하듯 돈을 쓰는 이 현상은 명품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명품들은 코로나 기간 1년에도 수 차례씩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크게 급증한 탓에 '비싸도 없어서 못파는' 현상이 나타났다.

샤넬만 해도 지난해 국내에서 네 차례, 올해도 1월과 3월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샤넬 뿐 아니라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등 대다수 브랜드가 릴레이 가격 인상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물가 상승에 생활비가 크게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져 사실상 임금이 깎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MZ세대의 명품 소비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들의 가치소비 트렌드가 퍼지면서 명품 핵심 소비층이 2030 젊은층으로 바뀌었지만, 문제는 MZ소비자가 모두 고소득자가 아니란 점"이라며 "코로나 기간 해외여행에 쓰지 못한 돈을 명품에 쓰거나 명품을 되팔아 재테크 수단으로 삼고, 다른 소비를 줄이는 대신 명품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급격히 상승한 물가를 체감하면서 가격 부담이 큰 명품 소비부터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렌 효과'를 노리고 불황에도 마음껏 가격을 올렸던 명품 브랜드들의 전략도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많다.

실제 수십만~수백만원 웃돈이 붙어 판매되던 명품 리셀도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크림에서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리셀 가격은 올해 초 1400만원에서 현재 1220만원으로 떨어졌으며, 출시되자마자 출시 가격의 3배 이상 웃돈이 붙어 거래되던 스와치와 오메가의 ‘문스와치 컬렉션’도 리셀가격이 추락하면서 국내 판매 가격(30만원대)과 같아졌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가격을 올려 역대급 실적을 올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다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명품 매장을 방문하는 젊은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 불만을 쏟아내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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