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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구센서스 때아닌 흑·혼혈 논란

등록 2010.04.20 16:14:38수정 2017.01.11 11: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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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대서양 해안, 멕시코만 동부, 일부 알래스카에서 원유 및 가스개발 시추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워싱턴=AP/뉴시스】우은식 기자 = "전 항상 저를 흑인이라고 표기합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 로라 마틴(29·라스베가스)에게 인구조사에 대해 묻자 그녀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은 흑인 가정에서 흑인 친구들과 함께 자랐으며 흑인음악을 듣고 흑인처럼 행동한다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서 전 흑인입니다."

 지난 16일 미국 전역에서 실시되는 인구조사의 일환으로 인구조사 서류양식이 각 가정으로 발송됐다.

 부모 한 쪽이 백인 혹은 흑인인 대다수의 아프리카계 미국 혼혈인들이 인구조사에서 '흑인'으로 표기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다 인종 혼혈계층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인구조사는 하나 이상의 인종 선택항목에 표기를 허용한 이래 두 번째로 실시되는 것으로 전체 미국인구의 2.4%인 7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국적을 가진 혼혈계 인구가 여기에 해당되는 조사대상이다.

 처음 다 인종 항목이 생긴 2000년도에 실시된 인구조사에서 집계된 3500만명의 흑인 인구 중 얼마나 많은 수의 흑백 혼혈 미국인들이 포함되어 있을지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인종항목에 흑과 백을 표기하는 기준이 한 개인이 살아온 인생과 문화, 자존감과 심리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백인 어머니에게서 피를 물려받은 그가 인구조사 양식에 백인이라고 표기하는 것을 거부한 일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인종표기에 대해 언급 한 적은 없으나,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부국장 레일라 맥도웰은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드티를 입히고 흑인 거주 지역의 한 골목을 걷게 해 보자. 그리고 그가 정말 혼혈처럼 보일지 생각해보자"며 "이 나라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비록 내가 백인 아버지에게 피를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나 주차장에 갈 때, 일자리를 구할 때 그 누구도 나를 흑백 혼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백인사회가 가진 흑백 혼혈 인종에 대한 편견을 잘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지난 1월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인의 53%가 오바마 대통령을 '혼혈'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24%의 백인이 오바마를 '흑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반대로, 55%의 흑인들이 오바마를 흑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34%가 그를 혼혈로 생각하고 있었다.

 갈색 피부를 가진 흑백 혼혈인이 미국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지금, 부모 한 쪽이 백인이면 그는 흑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야하나.

 흑백 부모 아래서 자란 라이언 그래험(25·포트로더데일, 플로리다)은 이에 대해 "자, 당신이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셔츠를 입고 있다고 가정하자. 누군가 당신이 입고 있는 셔츠가 무슨 색인지 묻는다면 이건 두 가지 색이 섞인 셔츠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당신은 무슨 인종이냐는 질문도 마찬가지로 흑백 혼혈이라고 말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구조사 백인 항목에 체크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가족을 떠올려보고 무엇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이것은 나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자랐으며, 어디서 태어났는가는 것에 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수의 유전학자들은 백인과 흑인, 황인종의 유전적 차이는 전체 DNA구성 요소 중 1%에 불과 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유전학자 크레이그 벤터는 "인종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요소지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두 부모가 모두 백인이자 '왜 내가 흑인인가'의 저자 토니 스피어맨(42)은 유적적으로는 완전한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유년시절부터 흑인 밀집지역에서 자라 흑인 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이유로 인해 자신을 흑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인구조사에 참여한 1996년 이래 지금까지 스피어맨은 항상 자신을 흑인이라고 표기해왔다.

 그는 "인종이란 것은 우리 인간성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사회 시스템이 무너져 내리는 그날이 오면 우리 인간들은 인종이 아닌 서로의 마음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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