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가의 "숨겨진 왕족" 릴리안공주 별세…평민 이혼녀로 베르틸 왕자와 결혼

【스톡홀름(스웨덴)=AP/뉴시스】영국 웨일즈 출신 평민 이혼녀로 스웨덴 왕실의 베르틸 왕자와 결혼했지만 60대인 33년 후에야 정식 결혼이 허용되었던 릴리안 공주가 97세를 일기로 3월10일 사망했다. 사진은 2005년 12월10일 스톡홀름에서 공개석상에 나온 모습.
영국 출신 평민인데다 이혼녀였던 릴리안은 베르틸 왕자와 열애 끝에 결혼을 원했지만 베르나도트 왕가의 전통에 위협이 되며 왕실의 대가 끊길 수도 있다고 여긴 왕실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나이가 60대에 이르러서야 조카인 현 국왕의 축복을 받아 결혼할 수 있었다.
왕궁에서는 릴리안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지만 릴리안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고 최근 몇 년 동안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릴리안은 베르틸 왕자와 1943년에 만나 사랑하게 되었지만 왕위 계승자인 왕자의 의무와 릴리안의 평민 이혼녀라는 신분 때문에 왕실에서는 이들의 사랑을 공인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평생에 걸친 사랑과 희생은 스웨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15년 웨일즈 스완지에서 태어난 릴리안 데이비스는 16세에 런던으로 진출, 모델과 배우로 활동했으며 모자와 장갑 광고모델, 영화의 조연배우로 일하다 영국 배우 이반 크레이그를 만나 결혼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크레이그는 영국군에 입대해서 전장을 돌아다녔고 릴리안은 영국상업선단이 판매할 라디오 조립공장에서 일했다. 직장일 외에 상이군인을 돕는 병원 봉사 활동을 하던 중 런던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해군 무관으로 일하던 베르틸 왕자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남편 사망(1997년) 3년 후인 2000년에 발간한 회고록 '베르틸 왕자와의 일생'에서 릴리안은 런던 공습이 한창일 때 자기 차를 몰고 릴리안을 대피시키러 나타났던 군복 차림의 잘 생긴 왕자가 너무나 멋있었다고 기록했다.
릴리안은 아직 결혼한 상태였지만 크레이그가 군복무지에서 다른 여성과 사랑하게 된 것을 알고 두 사람은 평화롭게 합의 이혼했다.
하지만 베르틸 왕자의 형이 아기(현 구스타프 국왕) 하나를 남기고 비행기 사고로 숨지자 다른 두 형은 평민과의 결혼으로 상속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베르틸은 유력한 왕위 계승자였고 릴리안과의 결혼은 자연히 난항에 부닥쳤다.
베르틸의 부왕은 베르나도트 왕가의 대가 끊기지 않으려면 그가 릴리안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명령했지만 두 사람은 민간인으로 결혼신고를 하고 프랑스에서 집을 얻어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스톡홀름으로 돌아왔지만 왕가의 숨겨진 일족처럼 조용히 살아야했다.
왕실에서는 릴리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온화하고 매력적인 성품은 스웨덴 국민들의 인기와 신뢰를 얻게 되었고 두 사람은 만난 지 33년만에 조카인 현 국왕의 허락에 의해 1976년 정식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1995년 80세에 릴리언은 한 인터뷰에서 "나의 한 평생을 요약한다면 모든 것이 사랑 하나로 통할 수 있다. 그이는 정말 훌륭한 인물이었고, 나는 그이를 정말 사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릴리안 공주는 2010년 이후로는 알츠하이머 병으로 모든 공식 일정에 나설 수 없었고 왕실의 공주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