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과세 '기부채납 사업'에 뒤늦게 취득세 부과 논란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시청
【서울=뉴시스】한상연 기자 = 서울시가 과거 비과세를 인정했던 기부채납 사업에 대해 최근 뒤늦게 취득세를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매입한 일체 토지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고도 실제 기부채납한 부분에 한해서만 취득세를 면제하겠다는 것으로 '말 바꾸기' 또는 '행정 일관성 부재' 논란이 일고 있다.
취득세 납부를 요구받은 사업자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 조세 불복을 위한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4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과거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서울시로부터 사업인허가와 토지 매입에 따른 취득세를 면제 받았던 두산에이엠씨와 군인공제회 등 10여개 법인은 지난 3월 시로부터 당시 매입한 토지 중 기부채납 대상 이외의 토지에 대한 취득세 납부 요구 공문을 받고 대응에 분주한 상태다.
지방세법 제9조2항에 따르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조합에 귀속 또는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취득하는 부동산 및 사회기반시설에 대해서는 취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현재 서울 중구 수표동에 소재한 시그니쳐타워 건설 시행을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두산에이엠씨는 당초 해당 부지 및 인근 도로를 매입, 준공 후 도로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사업인허가를 받았다. 이후 2010년 토지를 매입한 동시에 취득세 면제신청을 했고 당시 서울시는 별문제 없이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이번에 21억3000만원의 취득세를 납부하라는 곳은 기부채납한 도로를 제외한 현재 타워가 세워져있는 부지 일체다. 매입 당시 이 부지 역시 면제 대상에 포함됐던 터라 두산은 5년이 지난 현재 때 아닌 서울시의 취득세 납부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산 측은 "애초 도로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서울시로부터 전 토지를 대상으로 사업인허가 승인을 받았던 것"이라며 "토지 매입 당시 취득세 면제신청을 할 때만 해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었던 부분이라 갑작스럽게 취득세를 내라는 서울시의 요구가 당혹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SPC 특성상 이 법인은 2011년 타워 준공 후 현재는 사실상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상태여서 취득세 납부를 위해 100%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두산중공업의 도움을 받았다. 두산에이엠씨는 지난 달 29일 21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를 두산중공업이 모두 취득하며 세금 납부를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에이엠씨가 당시 SPC 형태로 설립된 곳이라 현재 세금을 낼 여력이 없어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이를 모두 취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인공제회는 두산에이엠씨의 경우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사업을 벌일 당시 기부채납을 한 토지에 대해 취득세 납부를 요구받은 것이다.
공제회는 지난 2011년 준공된 서울 회현동 롯데캐슬 건설 시행사였다. 공제회는 당시 이 사업을 위해 서울시로부터 7억5000만원 상당의 390평 토지를 무상양여 받았고, 공제회가 보유하고 있던 2801평을 기부채납하기로 해 취득세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서울시 측에서 지방세 정기 세무조사를 한 뒤 기부채납한 2801평 토지에 대해 취득세를 내라고 요구한 것. 공제회는 서울시의 요구대로 우선 13억80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한 상태다.
공제회 관계자는 "무상양여를 받은 390평 토지에 대해 취득세를 내라고 해도 억울한데, 기부채납한 토지에 대해 이제 와서 취득세를 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조치"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대해 관련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도시환경정비사업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통해 이 같은 지시를 내렸고, 구청에서는 집행을 위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며 "서울시가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토지를 반납하거나 기부채납 받은 토지를 교환으로 보고 취득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부지를 통해 발생한 추가 이익 중 일부를 환원하라는 취지로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이 같은 조치를 받은 다른 사업자들 역시 심사청구 등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기업들의 반발에 대해 애초 '기부채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일축하고 있다.
서울시 세무조사팀장은 "기부채납이라는 것은 국가에 기부를 할 목적으로 해야만 성립되는 것이다. 이들 경우에는 그런 목적이 아닌 각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시행을 위해 취득한 것이기에 기부채납 성격으로 볼 수 없어 취득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준공 당시 취득세 면제신청이 문제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는 "당시 감면이 됐다고 해도 잘못된 것이라면 과세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취득세 납부 조치를 받은 사업자 상당수는 조세 불복을 위한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거나, 적극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측은 "현재 이와 관련해 법적 절차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인공제회 측도 "조세 불복을 위해 조세심판원에 심사청구를 하는 등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라며 "이 같은 처분에 대부분의 사업자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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