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 예술감독 "지난 국립극단서 3년, 가장 치열했던 시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윤철 국립극단 감독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임기 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7.0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학교나 평론계에만 있었을 때는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 했는데 집단생활을 하려니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죠.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며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립극단 김윤철(68) 예술감독의 3년 임기가 다음달 3일로 만료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출신이자 연극평론가인 그가 2014년 2월 부임하자 국립극단에 대한 연극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평론가가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을 맡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이에 따라 부임 초반에 일부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따듯한 시선과 함께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그라 기대가 컸다.
김 감독은 2015년 4월 명동예술극장과 통합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1년에 20여편을 제작하면서 국립극단의 왕성한 창작 활동을 진두지휘해왔다.
하지만 어느 국립단체 수장이라도 100%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김 감독에 대해 가장 컸던 비판 중 하나는 지난했던 최근 한국사회의 현안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바닷가 이야기인 '산허구리'(함세덕 작·고선웅 연출)에 대해서는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실주의 작가 함세적의 '산허구리'는 아일랜드 작가 존 밀링턴 싱의 '바다로 가는 기사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바다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비극성을 그린 내용이다.
최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 감독은 "'산허구리'는 (세월호 참사와의 성격과는) 정반대의 이야기에요. 자연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이 인간이 저지른 실수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 아니에요"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윤철 국립극단 감독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임기 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7.01.26. [email protected]
그가 특히 임기 중에 강조한 건 '배우 중심의 연극, 서사 중심의 연극, 개념 중심의 연극'이었다. 그 중 화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였고,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그 중심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2014년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오영진 작·김광보 연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산허구리'까지 총 6편을 이 시리즈를 통해 선보였다. 이 중 몸 파는 여인 '이영녀'를 통해 1920년대 빈곤한 삶을 직면한 '이영녀'(김우진 작·박정희 연출)를 초연하는 성과도 냈다.
김 감독은 "근현대극은 한국의 연원을 파헤치고 어떤 과거로부터 오늘의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알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근현대극의 메인 시스템은 리얼리즘의 형성인데, 이를 대표하는 작품들이었어요. 상업성이 없어서 민간에서 하기는 힘들고 국립극단이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는 작품들이었죠."
재작년 탄생 450주년, 지난해 서거 400주년을 맞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조명도 활발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실수연발'까지 국립극단에서 3년 간 총 7편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를 통틀어 가장 잘 만들어진 연극 중 하나인 '고등어'를 비롯해 청소년극에도 주력했다.
"임기 3년 동안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과욕만으로는 모든 걸 해낼 수가 없죠. 머릿속에는 생각이 많지만 '뺄셈의 기획'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립극단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하다 보니 생각이 많았던 건 사실이에요."
김 감독이 임기 내내 또 비판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외국인 연출가와의 협업이 많다는 점이었다. '갈매기'와 '미스 줄리'의 펠릭스 알렉사, '빛의 제국'의 아르튀르 노지시엘, '파워'의 알렉시스 부흐 등이 국립극단과 협업한 대표적인 연출가들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윤철 국립극단 감독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임기 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7.01.26. [email protected]
김 감독은 국립극단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단체로 만들고 싶었다고 외국 연출의 잇따른 초빙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연극은 50년 전이라 지금이나 만드는 과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작품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육감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요. 저는 '준비 과정이 좀 부실하지 않나'라고 느꼈죠. 확실한 개념을 갖고, 무대화하는 것이 필요했고 외국 연출가는 개념을 전제로 연출을 하니 필요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2008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연극평론가협회장으로 선출돼 3차례 연임하기도 한 김 감독은 "제 네트워크에는 해외 연출자가 많은데 외국 스태프가 참여해 제작과 관습의 색다름을 느끼고 그걸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걸 느낀 배우들은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요. 작업을 하면서 다른 체험을 한 거죠. 그런 체험을 하면 생각이 바깥으로 퍼져나가, 국제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겁니다."
무조건 외국 연출가를 데려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판단 하에 작품 색깔에 맞는 연출가들을 데려왔다고 강조했다. "예술을 수입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작업방법에 대한 다른 문화를 경험하자는 거였죠."
이런 작업 방식으로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는 평도 받고 있다. "외국 연출가들이 한국에서 경험하면, 작품이 마음에 들어 가져갈 수 있고, 아시아인 배우가 필요할 때 한국 배우를 먼저 고려할 수 있어요."
실제 국립극단 작품에 대한 해외 상담이 들어온 건 10여건. "'빛의 제국'(프랑스 공연)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중국 공연)은 작년 해외에서 공연도 했고요. 폴란드에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보러 오기도 해요. 올 겨울에 공연할 '십이야'는 입도선매처럼 상담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윤철 국립극단 감독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임기 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7.01.26. [email protected]
드라마 이후의 연극으로 관객의 정서적인 참여와 공유를 독려하는 것을 중심 과제로 내세우는 포스트드라마 형식의 '파워'는 관객들이 낯설어 했으나 젊은 관객층 위주로 마니아가 생겼다.
도발의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전위적인 대본으로 불안과 쾌감이 오묘하게 공존한 불협화음의 '미스 줄리' 역시 젊은 관객 중심으로 객석 점유율이 90%를 넘겼다. "새로운 형식이고 난해하지만 우리 관객들의 수준이 높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연극의 드라마 개연성에 대해서만 집중해 비판을 가한 일부 평론가에 대해서는 아쉬운 목소리도 냈다. "저도 비평을 하는 입장이지만, 비평의 출발은 '연극적 심연'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비평은 연출자의 작품 해석을 토대로 해석과 분석을 하고 규명하고 판단하는 거예요. 결국 자기 기준이 아닌, 연출자의 의도와 최고 책임자의 해석을 가지고 비평을 해야 하는 거죠."
김 감독은 3년 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라는 자리의 어려움을 절감했다고 했다. "'국립극단이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모두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국립극단이 이후 시스템이 조금 더 안정이 되면 한해 20여편 중 새로운 프로덕션은 10편으로 줄이고 나머지 10편은 레퍼토리 시스템으로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문을 더했다.
지난 3년에 대한 큰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대체로 원하는 대로 운영을 해왔고 그 만큼 직원들이 호응을 해줬어요"라는 마음 때문이다. 다만 '슬픈 인연' '한국인의 초상' 등에 그친 창작 신작의 편수가 많지 않은 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미뤄왔던 책을 쓰고 싶어요. 제가 국제적으로 경험한 연극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던 김 감독은 그간 단단해진 국립극단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제가 가장 보람을 느낀 건 상업적인 기획을 하지 않고, 어려운 작품들을 시도했음에도 유료 관객이 점차 늘었다는 거예요. 2014년에는 50%였는데 재작년 65%, 작년에는 75%였습니다. 세계에도 이런 국립극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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