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만명 빚 탕감에…도덕적 해이·형평성 논란 점화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최종구 위원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2017.11.29. [email protected]
금융위원회가 29일 발표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둘러싸고 또다시 정부차원 빚탕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랜 기간 빚의 수렁에서 고통 받은 이들의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지만 '빚은 버티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빚을 탕감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취업 등 소득 창출을 통한 재기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원대상 기준은 연체기간과 금액이 아닌 상환능력과 의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채무정리 방안은 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 중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최대 3년간의 유예기간 후 채권을 소각하겠다는 것이다. 상환불능 기준은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 60%(1인 가구 월소득 99만원) 이하인 경우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10년 넘게 1000만원도 갚지 못할 만큼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내 미약정 장기소액연체자의 60.8%는 제2금융권 채무자다. 이들의 평균 채무액은 약 450만원, 평균 연체기간은 약 14.7년이었다. 대부분이 중위소득 40% 이하의 저소득자,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다.
그러나 채무가 한 번에 탕감됨에 따라 빚을 갚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오 교수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면 금융기관이 앞으로 소액 대출을 하지 않으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원샷' 탕감보다는 장기상환계획을 제출받아 신용회복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정부가 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 중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채무정리 지원에 나선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한다. [email protected]
면밀한 재산·소득 심사를 거쳐 자력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되, 이를 은닉하고 지원받을 경우 채무감면 부분을 취소하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신용거래상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 직후 질의응답에서 "도덕적 해이만을 생각하면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도저히 자기 힘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방치하는 것은 이런 고통까지 가보지 않은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의 또 다른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번 대책이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분석 없이 그간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좋은 취지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매번 비슷한 정책을 반복하다보니 도덕적 해이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정부가 너무나 쉽게 연체 채권을 소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조금 빌려 오랜 기간 못 갚았다고 빚을 탕감해준다는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연체기간과 금액이 아니라 상환능력과 의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 주도의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은 예전에도 했는데 왜 또다시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빚의 탕감이 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소득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해 장기소액연체채권을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금융권 출연금 등으로 운영되는 기구에 금융회사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은행 등이 매입한 채권을 강제로 탕감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박탈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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