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버틴 러시아 경제…"서방 제재에 장기 침체 위기"
주유 수출품인 에너지 가격 하락에 재정적자 심화
인플레에 소비 감소까지…기업은 투자 꺼려
[모스크바=AP/뉴시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유가로 버텼던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진은 러시아 '조국 수호의 날'인 지난 2월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혁명광장에서 한 남성이 구소련 해군 깃발과 이오시프 스탈린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2023.02.24.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유가로 버텼던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재정의 수입원이자 주요 수출 품목인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 초기에는 서방의 제재 조치에도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재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해 온 유럽도 지난해 여름까지는 가스 수입을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은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가스 소비를 절약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고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등 제재 강도를 높이면서 러시아 경제를 옥죄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판매한 우랄산 석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49.56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80달러로 큰 격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러시아가 에너지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들이 줄어들면서 가격 협상력도 낮아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 조치가 효과를 거두면서 올해 1~2월 러시아 예산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유류·가스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재정 지출은 50% 이상 급증했다.
세수 감소와 지출 증가로 러시아 정부 재정 상황은 열악해지고 있다. 올해 2월까지 재정 적자 규모 340억달러(약 44조2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 경제에 완충 역할을 하는 국부펀드의 힘을 빌려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부펀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규모가 280억달러(약 36조4000억원) 감소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 지출에 기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2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기업의 절반 이상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청년 30만명을 징병해 전선에 보내고, 국외로 인재들이 탈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도 지난해 11월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투자도 줄었다.
국내 소비도 줄었다. 지난해 러시아의 소매 판매는 6.7% 감소해 2015년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2월 러시아의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62% 급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러시아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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