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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명 정부, 4차 유엔 해양총회 유치 성공하려면

등록 2025.06.16 15:42:21수정 2025.06.16 15: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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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명 정부,  4차 유엔 해양총회 유치 성공하려면


[니스=뉴시스]이혜원 기자 = "차기 유엔 해양총회 유치가 한국에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총회 개최에는 돈이 많이 듭니다"

지난 9일(현지 시간)부터 닷새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제3차 유엔 해양총회(UNOC3) 계기로 만난 올리비에 푸아브르 다르보르 프랑스 극지·해양 대사는 기자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국제 행사는 물론 어떤 일이든 비용 대비 효익(cost effectiveness)을 따져야 할 문제이니 당연한 말이다. 

푸아브르 다르보르 대사는 한 가지 충고를 더했다. 유엔 해양총회가 국가 간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철저한 준비 없인 '헛수고'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조언'이 아닌 '쓴소리'로 들린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제 행사 유치를 노리는 한국에 이런 말을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이번 총회는 한국 정부가 2028년 차기 총회를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유엔 회원국 앞에서 공식 표명하는 자리인 만큼 의미가 컸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기간 제4차 UNOC 총회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통해 국내 언론으로선 유일하게 현지 취재에 나선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정부 대표단을 이끈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제4차 총회를 칠레와 공동 개최할 준비가 됐다고 피력했다. 그간 해양 관련 여러 국제 행사를 개최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해양을 위한 노력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모든 게 그렇듯, 총회 유치에도 위협 요인과 기회 요인이 있다. 푸아브르 다르보르 대사의 말처럼 비용도 많이 든다. UNOC은 당사국총회(COP)가 아닌 만큼 회원국에 강제성을 부과하는 결론을 도출할 순 없다. 그러나 그간 해양만을 주제로 한 총회가 없었던 터라, 모든 회원국이 한자리에 모여 해결책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총회에서 당사국이 각국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개최국으로선 해양 분야 선도국이라는 위상을 확고히 하고 의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최국이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탄탄한 로드맵을 만들어 매진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총회를 만들기 어렵다. 이번 총회 개최국인 프랑스는 대통령부터 달려들어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한다. 2022년 열린 제2차 UNOC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유치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수개월간 주력했다. 덕분에 총회에서 공해(公海)에 관한 첫 국제 협약인 '국가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BBNJ) 발효를 향한 '9부 능선'을 넘는 쾌거를 이뤘다.

총회 기간 175개 참가국 중 20개국이 추가로 협약을 비준했다. 현재까지 유엔에 비준서를 기탁한 국가는 51개국이다. 협약 발효에는 최소 60개국의 비준이 필요한데, 유엔 총회가 열리는 9월까지 10여 개국이 절차를 끝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 프랑스 외무부 관계자는 "반년 전부터 동료들이 BBNJ 발효를 위해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봐왔다"며 "총회에서 비준 국가 숫자가 발표되는 순간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차기 총회에서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강 장관은 해양보호구역(MPA) 확대와 수산 자원 관리, 해상에서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 등을 제시했다. 아녜스 파니에-뤼나셰르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은 "한국의 혁신 기술 활용 방식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 분야 협력을 기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한 프랑스 외무부 관계자는 목표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대통령 차원의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현재로선 한국의 차기 총회 유치 전망은 밝다. 리준화 유엔 사무차장 겸 UNOC 사무총장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칠레가 다음 총회 개최를 위한 약속을 발표했다"며 "양국이 협력해 이번 총회의 모멘텀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개최국은 연말 유엔 총회에서 공식 확정되지만, 한국과 칠레의 유치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유치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이 대통령의 4차 총회 유치 약속은 '성공 개최'로 이행돼야 할 것이다. 마크롱 정부가 총력을 다해 'BBNJ 협약' 비준 9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한국에서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100대 국정과제로 공식 채택했다고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이 글로벌 해양 국가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국제 행사 유치로 경제적 효과와 외교적 효과를 함께 일궈내길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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