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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냐 에이직이냐?…AI 메모리칩 HBM "양손에 떡 들었다"

등록 2025.06.18 15:52:50수정 2025.06.18 1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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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vs 에이직, AI 반도체 시장 패권 경쟁 '격화'

엔비디아 '판정승'에도…자체 AI 칩 개발 열기 '후끈'

삼성도 기회 잡아…맞춤형 HBM4, 승부처로 급부상

[타이베이=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컴퓨텍스 2025’ 개막을 앞두고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가 탄생하고 퍼져나갈 진원지”라고 말했다. ‘컴퓨텍스 2025’는 20일 개막한다. 2025.05.19.

[타이베이=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컴퓨텍스 2025’ 개막을 앞두고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가 탄생하고 퍼져나갈 진원지”라고 말했다. ‘컴퓨텍스 2025’는 20일 개막한다. 2025.05.19.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결국 대부분 기업들은 자체 칩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AI 칩 만드는 게 쉽다면,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겠는가."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밝힌 '에이직(ASIC·주문형반도체) AI 반도체' 시장 비관론이 화제다.

그러나 젠슨 황 발언과 달리 자체 AI 칩을 만들겠다는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AI 칩의 간판 격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향한 '장밋빛 전망'으로 연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인 '비바 테크놀로지(VivaTech)' 간담회에 참석해 "AI 생태계는 2년 전보다 10배 복잡해졌고, 이를 다양한 종류의 칩 위에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가 경쟁력을 갖춘 GPU(그래픽처리장치)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이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GPU는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로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AI의 또다른 흐름인 에이직 시장은 GPU 시장 대비 크게 낮은 상황이다.

AI 시장에서 GPU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GPU는 사실상 AI 학습과 추론 모두에서 AI 반도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형 IT 기업 중심으로 자체 칩인 에이직 개발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 에이직 시장 규모(TAM)를 2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30% 상향 조정했다. GPU 독주에도 빅테크들은 반도체를 통해 AI 성능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차세대 자체 AI 칩 개발 로드맵을 앞당기는 상황이다. 업계 최선단 기술인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자체 AI 칩이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들린다.

이는 이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HBM 매출이 올해 81% 성장하고, 내년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실적발표회에서 "올해는 에이직 기반의 HBM 고객 수요도 의미있게 증가해 고객 기반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일각에선 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매출에서 에이식 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당초 10%를 뛰어넘어 20%를 넘길 수 있다고 내다본다.
[워싱턴=AP/뉴시스]혹 탄 브로드컴 CEO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2017. 11. 2. photo@newsis.com

[워싱턴=AP/뉴시스]혹 탄 브로드컴 CEO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2017. 11. 2. [email protected]

삼성도 에이직 시장서 기회…맞춤형 HBM 시대 주목

삼성전자도 최근 에이직 시장에서 HBM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3E 8단 제품은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브로드컴의 품질 검증 절차를 완료하고, 대량 공급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직 기업인 브로드컴은 구글과 메타, 오픈AI, 소프트뱅크·Arm 등 글로벌 빅테크의 자체 AI 칩 설계와 상용화를 지원하는 업체다. 이런 점에서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최대 적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합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에이직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GPU가 AI 반도체 경쟁에서 우세할 가능성이 높지만, 에이직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지속될 조짐이다.

특히 신규 에이직 설계와 출시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열리는 차세대 HBM4 시장을 기점으로, HBM은 맞춤형(커스텀) 반도체로 한 단계 격이 높아진다.

업계는 그동안 엔비디아용 HBM은 최신 제품을 사용하고, 자체 AI 칩에는 구형 HBM이 사용될 것으로 관측해 왔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HBM은 현재 일반 서버용 D램보다 최대 5배가 비싸며, 앞으로 출시될 6세대 제품(HBM4)은 기존 HBM3E보다 30% 이상 비쌀 수 있다.

성능 차별화가 생명인 AI 시장에서 에이직에 들어가는 HBM은 맞춤형 제품이 될 것이고, 엔비디아에 들어가는 HBM보다 에이직에 들어가는 HBM이 더 비쌀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AI 시대를 주도하는 HBM이 경기 상황에 따라 '업-다운'을 오가던 메모리 산업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의 중심에 있는 HBM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 시장에 대한 업계의 '장밋빛' 전망에 따라 '반도체 저승사자'마저 입장을 새롭게 바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36%로 대폭 상향했다. 내년엔 45%, 후년엔 167%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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