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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현생 로그아웃합니다"…2030 '멈춤' 찾아 템플스테이

등록 2026.05.16 08:00:00수정 2026.05.16 0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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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안 보고 싶어서 갔다"…산속으로 숨는 청춘들

불편함 감수하며 찾는 '디지털 디톡스'…'과잉 연결 피로'


[순천=뉴시스] 2025세계유산축전이 열린 가운데 선암사에서 템플스테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순천시 제공) 2025.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순천=뉴시스] 2025세계유산축전이 열린 가운데 선암사에서 템플스테이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순천시 제공) 2025.10.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유지담 인턴기자 =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자꾸 남들과 제 처지를 비교하게 돼요. 템플스테이를 가면 그런 비교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대학생 이서현(24)씨는 이달 초 경북 경주의 골굴사에서 1박2일 일정으로 템플스테이를 했다. 학교 불교동아리 MT 대신 떠난 일정이었다. 종교는 없지만, 인간관계와 취업 고민에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어 절을 찾았다.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고 싶었다'는 이씨는 템플스테이 기간 동안 일부러 휴대전화를 숙소에 두고 다녔다고 한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과 연락 등 타인들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쉬게 하기 위해서였다.
 
절에서 명상을 하고 조용히 밥을 먹고, 숲길을 걷는 시간을 보낸 뒤 그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이씨는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늘 조급하고 불안했는데 절에 있으면서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졌다"며 "'취업이든 인간관계든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과열된 경쟁과 과잉 연결에 지친 청년들이 '멈춤'을 위해 절을 찾고 있다. 스마트폰을 끄고 말을 줄이고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하나의 휴식이자 생존 방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일상을 버텨낼 힘을 얻기 위해 1박에 10만원 안팎인 템플스테이 비용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16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 템플스테이 내국인 참가자 가운데 20대 비율은 평균 19.7%로 가장 높았다. 30대 역시 평균 16.2%를 차지했다.

외국인 참가자 역시 20대가 매년 28%대, 30대가 22%대를 기록하며 2030세대 참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뉴시스] 석종사 추석 템플스테이 (사진=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0 2025.10.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석종사 추석 템플스테이 (사진=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0 2025.10.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학생 이승희(22)씨도 지난 3월 친구와 함께 경기 남양주의 봉인사로 1박2일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휴학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과 취업 압박이 커지면서 현실적인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는 "학교나 회사 같은 사회 공간 안에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며 "일상을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템플스테이에서 명상과 차담, 숲길 산책 등을 하며 디지털 디톡스 시간도 가졌다. 말없이 식사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평소 놓치고 살던 감각들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과잉 연결 사회 속 피로감이 템플스테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는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쥐고 살아간다"며 "템플스테이는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자연 그대로, 인간 그대로의 근원적인 경험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조용한 곳을 찾는 현상에 대해선 "그만큼 일상 속 자극과 피로가 과도하다는 의미"라며 "템플스테이 경험 자체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하나의 휴식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외부 자극 없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길 원하는 것"이라며 "(절에서의) 명상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줘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템플스테이에서 잠시 숨을 고르더라도 다시 팍팍한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어차피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좌절감을 겪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임 교수는 "우리 사회 자체가 경쟁 중심 구조라 (피로를) 완전히 해결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렇더라도 템플스테이나 명상을 통해 잠시라도 일상을 환기하는 경험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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