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짜리 플라스틱 시계에 '오픈런'…"한국만 이런게 아니었네"
전 세계 매장서 밤샘 노숙에 프랑스에선 경찰 최루탄까지 등장
"한정판 마케팅과 과시욕 결합된 현대 소비사회의 기괴한 민낯"
![[서울=뉴시스]개당 400∼420달러(60만∼63만원) 수준인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와 스와치(Swatch)가 협업해 출시한 신제품이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재판매가 200만원 이상에 올라와 있다. 사진 네이버쇼핑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19/NISI20260519_0002139862_web.jpg?rnd=20260519161826)
[서울=뉴시스]개당 400∼420달러(60만∼63만원) 수준인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와 스와치(Swatch)가 협업해 출시한 신제품이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재판매가 200만원 이상에 올라와 있다. 사진 네이버쇼핑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가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 오데마피게(Audemars Piguet)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컬렉션이 전 세계에서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오데마피게의 상징적 모델인 '로열 오크' 디자인을 반영했다는 이유로 60만원대 플라스틱 시계를 사기 위해 수백 명이 밤샘 노숙을 하고 물리적 충돌을 빚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6일 전 세계 지정 매장에서 출시된 ‘바이오세라믹 로얄 팝’ 컬렉션은 발매 당일부터 각국에서 통제 불능 상태를 유발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300여 명의 군중이 매장으로 몰려들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보안 게이트 등이 파손됐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대기자 간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났으며, 네덜란드 헤이그와 영국 런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지에서는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해 아예 매장 문을 열지 않거나 출시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수일 전부터 캠핑 의자와 담요를 챙겨 노숙하는 대기자들과 대리 줄서기 아르바이트생 '라인 시터'들이 뒤엉켰다. 현장에서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쓰러진 환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출동하고 경찰이 통행을 통제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대기 행렬은 이어졌다.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국내 매장 앞에는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현장 상황을 전하며 "14시간 기다린 고객도 있었다", "30명에서 짤려서 나머지 대기 고객들이 많이 화났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장의 과열을 부추긴 것은 단연 리셀(재판매)을 노린 투기 세력이다. 미국 뉴욕에서 5일간 줄을 선 끝에 시계를 구매한 맥은 현지 언론에 "정말 아수라장이었지만 결국 들어갈 수 있었다"며 "400달러(약 60만원)에 구매했는데 4000달러(약 600만원)에 되팔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발매가의 15배가 넘는 9000달러(약 1350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으며, 국내 리셀 플랫폼에서도 출시 이틀 만에 200만원에서 400만원대 사이에 매물이 올라왔다. 정가 57만원짜리 플라스틱 시계가 중고차 가격에 육박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광풍의 배경으로 초고가 브랜드를 비교적 쉽게 경험할 수 있다는 '명품 접근성'과 '희소성' 마케팅을 꼽는다. 뉴욕의 한 명품 시계 판매업자 뉴욕포스트에 "희소성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며 "쉽게 구할 수 없을수록 사람들은 더 강하게 원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지 명품 브랜드의 로고와 디자인을 빌려왔다는 이유만으로 본질이 플라스틱인 제품에 수백만 원의 웃돈을 얹어 거래하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폭력과 부상 위험까지 감수하는 현 상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품이 지닌 가치나 장인정신에 대한 이해 없이 오직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욕과 희소성이라는 가짜 가치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조장하는 극단적인 한정판 마케팅과 리셀러들의 투기 행위가 결합하면서 과소비와 시장 왜곡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브랜드의 로고와 디자인만 빌려왔을 뿐, 본질은 그저 플라스틱 장난감 수준 불과한 제품에 눈이 멀어 폭력과 노숙을 불사하는 풍경은 현대 소비사회의 기괴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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