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담합, 더 괘씸한 이유…'혈세 보조금' 받고도 뒤에서 짬짜미
공정위, 6년간 가격·물량 담합 제재
정부 물가안정 지원금 471억 수령
원맥값 인상 '빨리' 인하 '늦게' 연동
담합 결과 3년새 가격 최대 74%↑
"원가 변동에 편승해 수입 극대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2026.05.20.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0/NISI20260520_0021289969_web.jpg?rnd=2026052013294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2026.05.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 7곳이 정부 물가안정 보조금을 받고도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 담합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밀가루 업계의 담합의 결과 3년 만에 밀가루 가격은 최대 74%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대한제분·씨제이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7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담합 사건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이들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제면·제과·제빵업체 등에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용 밀가루 공급가격과 공급물량을 합의·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은 국내 제분사 간 경쟁이 격화된 뒤 시작됐다. 2018년 11월 대한제분이 최대 수요처인 농심에 가장 낮은 견적을 내 최다 공급물량을 확보하자 사조동아원은 줄어든 물량을 만회하기 위해 중소형 대리점 등에 파격적인 할인 영업을 벌였다.
이후 2019년 11월 대한제분·씨제이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 대표자급 임원과 삼양사 임직원은 식당에서 회합했다. 이들은 농심을 포함한 전체 B2B 거래처를 대상으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1년 4월부터는 제분사 7곳 모두가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합의했다. 담합 기간 동안 가격·물량 합의는 총 24차례 이뤄졌고 대표자급·실무자급 회합은 총 55회 열렸다.
이들은 국제 원맥 시세 변동에도 편승했다. 원맥 시세가 오른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빨리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폭과 시기를 맞췄다.
반대로 2023년 이후 원맥 시세가 하락하자 농심 등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해 원가 하락분을 늦게 반영했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제분사들은 원가 상승분은 최대한 신속하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원가 하락 폭은 최대한 늦게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수입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물가 안정을 위한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정부 보조금을 받고도 담합을 벌여 가격 인상을 조장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제 원맥 시세 상승 기간 물가안정 차원에서 제분사들에게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 총 471억원을 지급했다.
해당 보조금은 2022년 하반기 이후 밀가루 출하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요인의 10% 이내에서 인상할 경우 가격 상승분의 80%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담합은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제분사들이 총 24차례에 걸쳐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합의한 결과 2022년 9월께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 시작 당시인 2019년 12월보다 제분사별로 최소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올랐다.
공정위는 해당 수치가 밀가루 품목 중 비중이 가장 큰 중력분의 회사별 평균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사조동아원 1830억9700만원, 대한제분 1792억7300만원, 씨제이제일제당 1317억100만원, 삼양사 947억8700만원, 대선제분 384억4800만원, 한탑 242억9100만원, 삼화제분 194억4800만원이다.
공정위는 제분사 7곳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도 부과했다.
가격재결정 명령은 담합 이전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으로 밀가루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그 근거와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다.
제분사들은 의결서 송부 이후 3개월 안에 가격을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해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남 부위원장은 "독과점 사업자의 중대한 불공정행위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태롭게 하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만이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 성장의 기조가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공정위는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19/09/05/NISI20190905_0015563316_web.jpg?rnd=20190905134812)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