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대법관, '경찰 소극 대응→사망' 사건 거론하며 "악마는 디테일에"
등록 2026.09.18 11:23:48
아·태 대법원장 회의 성폭력·가정폭력 세션서 발표
"법원, 경찰의 적극적 피해자 보호 유도해야" 강조
![[서울=뉴시스] 신숙희 대법관이 가정폭력 신고에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피해자가 숨진 사건을 지적하며, 법원이 기준과 지침을 제시해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뉴시스DB). 2026.09.1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3/04/NISI20240304_0020252222_web.jpg?rnd=20240304104802)
[서울=뉴시스] 신숙희 대법관이 가정폭력 신고에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피해자가 숨진 사건을 지적하며, 법원이 기준과 지침을 제시해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뉴시스DB). 2026.09.18. [email protected]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신 대법관은 전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 제4세션인 '성폭력 및 가정폭력에 대한 사법적 접근' 주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신 대법관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사건에서의 법원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지난해 1월 자신이 주심을 맡아 선고한 경찰의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언급했다.
사건의 원고인 경찰 A씨는 2021년 8월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총 세 차례 출동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숨지자 그 책임으로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것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경찰은 남성을 데리고 나가 술이 깬 후 집에 들어가라고 달랜 뒤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남성은 여성의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신고를 받고 다시 출동한 경찰은 여성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만 하고 복귀하기를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다 다음 날 아침 9시께 남성은 여성의 집 방범 철조망을 뜯어내고 집으로 침입해 여성의 머리를 마구 때리는 등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다투는 경찰에 대해 엇갈린 하급심 판단이 나왔고, 신 대법관은 주심을 맡아 경찰의 책임을 인정해 징계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 출동한 경찰 A씨가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아 다른 경찰들이 심각성을 간과하게 했고, 가해 남성을 여성과 분리해 두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신 대법관은 "법령과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경찰관들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이 피해자의 사망을 막지 못한 결과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며 "현장 출동 경찰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행위지침을 제시할 필요성이 크다고 여겼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6.09.17. since19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7/NISI20260917_0021441124_web.jpg?rnd=20260917105600)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6.09.17.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법원은 개별, 구체적 사건에서 보다 세밀한 기준과 지침을 제시해 현장에서 경찰행정이 유효하고 적절하게 이뤄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신 대법관은 성폭행범의 혀를 절단한 뒤 61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최말자씨에 대해 2024년 12월 대법원이 2심을 뒤집어 재심이 개시되도록 한 결정도 꼽았다. 최씨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모욕의 시대를 끝냈다고 평가했다.
놀이터에서 만난 8살 여자아이에게 접근해 휴대폰으로 성기 사진을 보낸 피고인을 유죄 취지로 봤던 판결도 꼽아 "전기통신을 이용한 아동에 대한 접근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절히 차단할 필요가 무척 크다"고 당부했다.
신 대법관은 "사법부의 가장 고귀한 임무는 시류나 다수의 여론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굳건한 보루가 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에 빈틈이 있을 때 적극적인 법해석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를 메워야 한다"며 "행정부의 권한행사에 적절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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