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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노정관계 안갯속으로

등록 2023.06.07 17: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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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중앙집행위 열고 결정…"오늘부로 전면 중단"

'탈퇴'는 피했지만 경사노위 개점휴업 무기한 연장

전문가 "대화가 바람직…정부, 가볍게 넘겨선 안 돼"

[광양=뉴시스] 변재훈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조합 지도부가 7일 오전 전남 광양시 한국노총 광양지부 회의실에서 열린 제100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조 간부 강경 진압·구속에 반발, 이날 사회적 대화 협의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 2023.06.07. wisdom21@newsis.com

[광양=뉴시스] 변재훈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조합 지도부가 7일 오전 전남 광양시 한국노총 광양지부 회의실에서 열린 제100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조 간부 강경 진압·구속에 반발, 이날 사회적 대화 협의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 2023.06.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최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반발해 노사정 대화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탈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했지만, 지난 1999년 이후 사실상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던 한국노총마저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정관계가 안갯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7일 오후 전남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중앙집행위가 끝난 뒤 "(금속노련 사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다. 전 조직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오늘부로 경사노위의 모든 대화기구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결정이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탈퇴 여부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위임하고, 그 시기와 방법 등은 집행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1시간 10분여간 진행된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는 경사노위를 탈퇴해야 한다는 강경 의견과 정부의 반노동정책은 규탄하지만 경사노위 탈퇴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 위원장은 "냉철해야 하기보다 분노할 때지만, 우리 조직이 같이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사노위는 전면 중단하되, 위원장이 결의하면 탈퇴도 가능하다"고 향후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1월에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2015년 노사정은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9·15 노사정 대타협'에 합의했으나, 한국노총은 정부가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추진하자 반발하면서 노사정위 논의에서도 빠지게 됐다. 이후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경사노위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 불참 선언은 이렇다 할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광양=뉴시스] 변재훈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7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포스코 하청노동자 연대 '망루 농성' 과정에서 빚어진 경찰의 강경 진압에 반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2023.06.07. wisdom21@newsis.com

[광양=뉴시스] 변재훈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7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포스코 하청노동자 연대 '망루 농성' 과정에서 빚어진 경찰의 강경 진압에 반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2023.06.07. [email protected]


경사노위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가 지난해 9월 김문수 위원장 취임에 반발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대화 재개 모드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노사정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방향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정책 방향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한국노총도 노사정 대화 참여에는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금속노련 강경 진압 사건으로 끝내 결렬됐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정으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다루는 의제들은 각계 재적위원의 과반이 참여해야 논의할 수 있다.

현재 경사노위 근로자위원 4명 중 2명은 한국노총 소속이고 나머지 2명도 한국노총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경사노위는 위원회 형태 대신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 자문단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를 운영하며 한국노총의 대화 참여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날 결정으로 본위원회 가동은 요원해졌다.

경사노위는 이날 한국노총의 참여 중단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더 나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구축해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 대화"라며 "한국노총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산적한 노동개혁 과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주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노조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지금 당장은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기 어려우니 노동개혁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번 결정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한국노총하고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고, 한국노총도 대화의 장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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