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도 없던 시절 '노란 달', 지금 아이들도 바로 알아보더라"
연극 '노란 달' 13년 만에 무대에…28일~ 6월 14일
"로맨스·로드 무비 같은 면 있어…설교 같은 공연 아냐"
"예술, 모든 문제 해결할 순 없지만 치유 효과는 있어"

연극 '노란 달' 토니 그래함 연출. (사진=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작품을 굳이 업데이트하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대사와 스타일을 유지했죠. 하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달라졌을 거예요."
18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토니 그래함 연출은 13년 만에 한국 무대에 다시 오르는 연극 '노란 달 YELLOW MOON: 레일라와 리의 발라드'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그래함 연출은 "13년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다. 미국 대통령, 인공지능, 한류는 물론 작품이 처음 쓰였을 때 아이폰은 거의 없었다"면서도 "오픈 리허설을 보러 온 청소년들이 등장 인물들의 상황 등을 재빠르게 인지하더라"며 '노란 달'이 동시대 관객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가 쓴 '노란 달'은 2006년 영국에서 초연했다.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살아가는 문제아 리 매클린든과 중산층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 소녀 레일라 술레이만이 우발적 살인 사건 이후 함께 도망치는 과정을 그린다.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는 리와 레일라는 함께하는 이 여정을 통해 '다른 세계'와 '자신의 존재'를 알아간다.
그해함 연출은 "'노란 달'은 단순히 교훈을 전달하는 청소년 극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작품에는 로맨스도, 자동차 추격도, 로드 무비 같은 면도, 음악도 있어요. 목사님 설교 같은 방향으로 만들어진 공연이 아닙니다."
작품은 미국, 아일랜드,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며 작품성을 입증했고, 2026년 스코틀랜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활용되는 등 작품의 교육적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았다.

연극 '노란 달' 토니 그래함 연출. (사진=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에서는 2013년 국립극단이 그래함 연출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공연은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의 2026년 시즌 레퍼토리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그래함 연출은 "2013년 공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노란 달'을 올렸을 때, 레일라 역을 박소담 배우가 맡았다. 이제는 유명한 배우가 되었다"며 세월의 흐름을 떠올렸다. 이어 "세계적인 흐름이 한국으로 흐르고 있다. 런던에서 한류는 어마어마할 정도"라며 한국의 달라진 위상도 실감했다.
세월이 흐르며 작품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더 주목했는데, 최근에는 레이라의 이야기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며 "레이그 작가 역시 소녀의 이야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10년대 후반 한국 사회를 흔든 미투 운동 이후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남녀 청소년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작품에 등장하는 젠더 관계를 보는 데 변화를 줬다"고 강조한 그래함 연출은 "(극 중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레일라가 목소리를 찾는다는 건 단순한 물리적 음성을 낸다는 걸 떠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청소년들이 겪는 압박에도 주목했다. 연습 과정에서 청소년 심리분석 전문가와 함께했다는 그래함 연출은 "한국의 10대 자살률이 세계 1위에 가깝고, 수능, 성적, 외모에 대한 압박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예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치유의 효과는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한국 청소년들이 겪는 엄청난 압박을 다 해소해 주진 못해도, '노란 달'같은 작품을 계속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좋다. '노란 달' 같은 작품이 없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보탰다.
"작품의 핵심에는 인간이 어떻게 허상과 환상을 짊어지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어요. 진짜 현실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에 관한 환상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체의 차이는 어린이청소년극뿐 아니라 모든 연극의 주제이기도 하죠."

연극 '노란 달'. (사진=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래함 연출은 영국 청소년극을 대표하는 연출가다. 젊은 시절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영국 국립청소년극단 예술감독을 지냈다. 국내에서도 국립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타조 소년들', '더 나은 숲'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좋은 청소년극'에 대해 "필수적인 것은 어린이, 청소년의 관점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 관객층에 의미 있는 이야기, 신경을 쓰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희망과 절망을 모두 담아야 한다고 봤다. 그는 "세상이 원래 이렇다는 절망적인 것만 보여주면 무책임한 거다. 좋은 그림만 보여주면 '현실은 이렇지 않다'고 청소년들이 반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란 달'이 성공을 거둘 수 있던 건 희망과 함께 솔직하고 진실된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좋은 어린이청소년극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는 해석의 범위를 활짝 열어놨다. "(연출인)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 생각하라는 의도를 담은 공연은 하고 싶지 않아요. 관객이 각자의 판단을 해주시길 바라죠. 설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요. 무엇이 됐든 관객이 공연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노란 달'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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