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눈물까지 받아주는 그녀들"…우크라 스트립 댄서들 이야기
![[뉴시스]2023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스트립클럽 '플래시 댄서스'의 모습.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 2025.6.12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12/NISI20250612_0001866039_web.jpg?rnd=20250612165430)
[뉴시스]2023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스트립클럽 '플래시 댄서스'의 모습.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 2025.6.1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수 년 째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격전지 중 한 곳인 하르키우에서 스트립클럽 댄서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군인들의 친구 역할을 하며 마음까지 위로하고 있다고 12일(현지 시간) AFP통신이 주목했다.
러시아군과 불과 20㎞ 떨어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중심부에 위치한 클럽 '플래시 댄서스(Flash Dancers)'는 2022년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쟁에 지친 군인들이 주 고객이 됐다.
이 클럽을 운영하는 발레리야 자바츠카(25·여)는 손님들 다수가 그저 쇼를 즐기러 오는 게 아니라면서, "마음의 아픔을 이야기하러 온다"고 말했다. 자바츠카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여성 리사(20)는 "병사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면서 "손님들이 처음엔 멀쩡하다가 술이 들어가면 어두운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녀는 단순히 춤을 추는 것 외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병사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군인들은 혼자 바에 앉아 눈물을 흘리거나, 전우가 피 흘리는 영상 또는 러시아군 시신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리사는 "그런 영상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보여주지 말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던 또 다른 댄서 제냐(21)는 그런 영상에 대해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다면서, "어떻게 하면 병사를 살릴 수 있었을지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자원 입대한 병사 푸마(37)는 "여기 오면 머리가 맑아진다"면서 "전쟁을 잠시 잊게 해 준다"고 말했다.
![[뉴시스]2023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스트립클럽 '플래시 댄서스'의 모습.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 2025.6.12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12/NISI20250612_0001866040_web.jpg?rnd=20250612165457)
[뉴시스]2023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스트립클럽 '플래시 댄서스'의 모습.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 2025.6.12 *재판매 및 DB 금지
2019년 대학을 졸업한 후 어머니와 함께 이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자바츠카는 이곳을 단순한 스트립클럽이 아닌 '물랑루즈 스타일의 무대'를 선보이는 곳으로 소개한다.
댄서들은 공연 시작 전 빨간색 속옷을 입고, 반짝이를 몸에 뿌리고, 20㎝ 플랫폼 슈즈를 신는다. 반짝이는 유부남 고객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어장치다. 옷에 쉽게 붙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시작되면 댄서 한 명은 봉을 잡고 돌고, 다른 댄서는 손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댄서는 손님의 무릎에 앉는다.
클럽 측은 성매매는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대부분의 병사들도 댄서들과의 경계를 존중한다고 한다. 다만 전선 인근 지역에서 성매매는 드물지 않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인과 댄서 간에 우정이 싹트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냐는 한 군인이 어머니가 고른 엽서에 글을 써 자신에게 보냈던 일을 회상했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 군인의 자녀까지도 알고 있다고 한다.
어떤 군인은 자신의 아내와 함께 이 클럽을 다시 찾는 병사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댄서 나나(21)는 "가족 모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클럽은 격전지에 위치한 만큼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기도 했다.
2022년에는 공습으로 댄서 루드밀라와 클럽 직원이었던 그녀의 남편이 함께 사망했다. 당시 루드밀라는 임신 중이었는데, 태아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단골 고객 중 사망한 이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바츠카는 "이번 달만 해도 우리가 아는 사람 중 2명이 죽었다"면서 "한 명은 1살짜리 아이를 남기고 떠났다"고 말했다.
공습 경보가 울릴 때도 많지만, 댄서들은 여전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자바츠카는 "쇼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소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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