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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나쁘면 나도 피해자"…10년 지났지만, 반복되는 공포[강남역 살인 10년①]

등록 2026.05.16 07:00:00수정 2026.05.16 0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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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후 살해·관악구 공원서 숨지기도

"나도 피해자 될 수 있어"…커지는 일상 속 공포

"약자 대상 분노 표출 반복…위험군 관리 필요"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서울여성회를 포함한 129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체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 중인 모습.2026.05.11.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서울여성회를 포함한 129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체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 중인 모습.2026.05.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됐다. 사건 직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여성이라서 죽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포스트잇 수만장이 붙었다. 시민들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공유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원한 관계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 범죄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지하철역, 귀갓길, 공원 등 평범한 일상이 범죄 현장이 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어디에서도 안전하다고 느끼기 어렵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광주광역시에서 길을 가던 한 여고생이 처음 보는 20대 남성 장윤기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를 도우려던 남학생까지 크게 다쳤다.

앞서 2022년에는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무원 여성이 스토킹하던 전 직장 동료에게 살해됐고, 2023년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인근에서 여성이 성폭행 피해 뒤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특히 여성들은 늦은 밤 귀갓길이나 공중화장실처럼 일상적인 공간조차 경계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남예원(31)씨는 "예전에는 강력범죄가 뉴스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은 지하철역이나 번화가, 귀갓길에서도 사건이 반복되니까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며 "혼자 밤길을 걸을 때면 '운이 나쁘면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했다.

이상동기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를 두고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솜방망이 처벌'과 허술한 예방 체계를 지적했다.

남씨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느낌"이라며 "이상동기 강력범죄는 처벌을 더 엄격하게 하고 재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혐오 표현과 사회적 고립 문제가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백나연(29)씨는 "10년 전보다 온라인 혐오 문화나 사회적 고립 문제가 나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런 환경이 이상동기 범죄자들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이상동기 범죄를 단순한 개인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분노 표출과 사회적 고립, 범죄 예방 시스템 부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이상동기 범죄들의 공통점은 자기보다 약한 대상을 향한 감정 전이와 분풀이 성격이 있었다는 점"이라며 "여성이나 노인, 아동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어떻게 예방할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특정 공간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형태의 범죄가 많다"며 "범행 장소를 미리 살피고, CC(폐쇄회로)TV나 순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일정 정도 계획성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단순히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범죄 취약 공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이 죽고 나서 '재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제도가 없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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