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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베이스원, 여백으로 채운 아우라…불변의 상수 '9' 안고 비상

등록 2026.05.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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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人 체제로 미니 6집 '어센드-' 발매

'상암팝' 유산 위로 띄워 올린 주체적 상승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제베원)'의 세계는 분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응축됐다. 기존 9인에서 성한빈, 김지웅, 석매튜, 김태래, 박건욱 5인 체제로 재편한 이들은 미니 6집 '어센드-(Ascend-)'를 통해 과거를 부정하는 대신 껴안는 방식을 택했다.

수학적으로 숫자 '9'는 거울의 성질을 지닌다. 5에 9를 곱한 45 역시, 각 자리 숫자인 4와 5를 더하면 다시 9로 수렴한다. 이처럼 제로베이스원에게 '9'는 사라진 과거가 아니라, 어떤 변수와 곱해져도 자아를 잃지 않는 본질이자 순환의 상징이다. 워너원으로부터 시작된 '상암팝'의 궤도를 묵묵히, 그러나 주체적으로 이어가는 이들을 만났다.

미니멀리즘의 정체는 '여백의 미'와 '아우라'

18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어센드-' 타이틀곡 '톱 5(TOP 5)'는 2000년대 댄스 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과도한 콘셉트나 치장을 덜어낸 자리에 남은 것은 멤버들 고유의 서사다. 리더 성한빈은 이번 앨범의 시각적, 청각적 방향성을 '여백'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제배원의 클래식한 모습은 '여백의 미, 괄호 열고 아우라'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변하지 않는, 지키고 싶은 미니멀리즘으로 컴백을 했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지키고 싶은 건 결국 저희의 내면이에요. 우리가 뿜어내고 싶었던 열정을 어떻게 풀어낼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길거리에 울려 퍼질 음악, 대중을 향한 치열한 '인정투쟁'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5인 체제로의 변화는 팬덤 밖의 대중을 향해 자신들의 가치를 새롭게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 성한빈은 길거리에서 자신들의 노래가 우연히, 그러나 당연하게 흘러나오길 바란다는 말로 대중에게 가닿고 싶은 갈망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인기 영합이 아니라, 오직 실력과 음악성으로 자신들의 고유한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려는 치열한 '인정투쟁'에 가깝다.

"연습하면서 길거리에도 우리 노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작게나마 품었어요. 그만큼 팬분들뿐만 아니라 대중분들께도 우리의 음악과 무대를 온전히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습니다. '얘네 무대 왜 이렇게 잘하지?'라는 직관적인 찬사를 듣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했습니다."(성한빈)

불변의 상수 '9'…그리고 상암팝의 적자

그룹의 형태는 5인으로 변모했지만, 이들이 세운 제로베이스원의 브랜드 유산은 굳건하다. 멤버들은 이전 체제의 기억을 억지로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억을 자양분 삼아 5세대 보이그룹의 선두주자로서 새로운 챕터를 썼다.

"9명의 기억은 사실 지금 제로베이스원에 있는 멤버들, 그리고 우리 팬분들 마음에도 다 존재해요. 그것을 온전히 인정하고, 지금까지 이어온 제로베이스원의 모습을 껴안은 채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성한빈)

제로베이스원은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돼 신드롬을 일으킨 프로젝트 '원' 시리즈의 원조 보이그룹 '워너원'이 기틀을 닦아놓은 '상암팝(pop) 적자(嫡子)' 계보도 여전히 잇는다. 상암팝은 상암동에 본사를 둔 CJ ENM이 제작하는 K팝그룹, 특히 보이그룹이 선보이는 음악을 가리킨다. 청량하고 비장하면서도 화려한 군무에 어울리는 복잡다단한 구성을 지닌 노래와 그에 어울리는 안무, 외모 등을 총칭하는 것이다. 한 때 이런 상암팝의 기세가 꺾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는데 '제로베이스원'(제베원)이 계승하며 명맥을 잇고 있는 중이다. 신인 그룹 '알파드라이브원'(알디원)이 계승자로 등장했다.

"회사마다의 음악적인 색깔들이 뚜렷하게 있는데 CJ ENM이 음악적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단계이지 않을까 해요."(박건욱)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작곡에 담긴 정체성…주체적 브랜딩의 시작

새 앨범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는 박건욱의 첫 자작곡 '커스터마이즈(Customize)' 수록이다. 단순한 플레이어를 넘어 창작자로서 팀의 정체성을 빚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상암팝의 유산을 수동적으로 물려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색채로 직조해 내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노래를 쓸 때 멤버들이 녹음이든 라이브든 완벽하게 소화해 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어요. 그래서 가감 없이 멤버들의 특장점을 살리고 다이내믹을 극대화하고자 했습니다. 누가 들어도 제로베이스원의 노래라고 느끼게 쓰고 싶었어요. 제로베이스원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직접 만들 때, 그 의미가 더 깊어진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박건욱)

흩어져도 이어지는 궤도…'앤더블'과의 선의의 경쟁

팀을 떠난 장하오, 리키, 김규빈, 한유진은 원 소속사인 YH엔터테인먼트로 복귀해 '이븐' 출신 유승언과 새 그룹 '앤더블'을 결성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경쟁자가 된 상황이지만, 이들이 나누는 감정은 견제가 아닌 깊은 연대다. 서바이벌을 뚫고 살아남은 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유의 독기와 우정이다.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로베이스원. (사진 = 웨이크원 제공) 2026.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로 준비한 것을 완벽하게 해냈을 때 누구보다 뿌듯함을 느낄 것을 알기에 진심으로 응원했습니다. '너희도 열심히 잘하고 우리도 열심히 잘해서 꼭 다 같이 잘 되자'는 마음을 나눴어요." (성한빈)

"서로의 결과물이 나왔을 때 진심으로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김지웅)

완벽함보다는 성장…그리고 "오래 보자"는 약속

인터뷰 내내 멤버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대상은 팬덤 '제로즈'였다. 형태의 변화 속에서 팬들이 느꼈을 상실감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김지웅은 "새로운 시작에 있어 완벽함보다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다짐을 전했다. 박건욱 역시 음악이 주는 순수한 위로를 강조했다.

"가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팬들에게 걱정이나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이 마음 아팠어요. 우리의 음악이 팬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온전히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팬들에게 '오래 보자'고 하는 말은 결국, 5인으로서 계속 좋은 음악과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굳은 약속이에요."(박건욱)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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