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현대경제硏, '총량지표 착시' 경고…"'고용 없는 회복' 전조"

등록 2026.06.07 11:00:00수정 2026.06.07 11:08: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분기 성장률 1.7% '깜짝 반등'…반도체 수출 회복 견인

소비·고용·건설은 부진 지속…"성장 온기 확산 못 해"

"3고 장기화 땐 내수 회복 제약·기업 비용 부담 확대"

"추경 신속 집행하고 포스트 반도체 성장동력 확보"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06.01.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06.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소비와 고용 등 내수 부문은 여전히 부진해 경제 주체 간 격차가 확대되는 'K자형 경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향후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종료될 경우 현재의 경기 회복세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6년 2분기)' 보고서에서 "성공적인 총량지표에 가려진 K자형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분기 1.7% 깜짝 성장…성장 내용은 불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0.2%) 역성장에서 벗어났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증가한 가운데 수출이 전기 대비 5.1%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연구원은 "1분기 고성장 원인은 4분기 역성장에 따른 반등 효과도 있지만,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이 성장을 견인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의 내용은 불균형하다고 평가했다. 총량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면서 경제 주체 간 격차가 확대되는 'K자형 경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소비는 고유가 충격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 확대로 침체되는 모습이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로 3월 1.9% 증가에서 4월 3.6% 감소로 돌아섰다. 특히 국내 승용차와 가전제품 판매 부진으로 내구재 소비 증가율은 3월 15.2%에서 4월 1.6%로 급락했다.

설비투자도 증가세는 유지했지만 활력이 약화되고 있다. 4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3.6% 감소했다. ICT 투자 증가율 역시 3월 24.3%에서 4월 17.5%로 둔화됐다.

건설 경기 또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기성액은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하며 2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39.3% 증가해 향후 경기 반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하며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169.4% 급증했다. 미국(59.1%)과 중국(80.9%) 수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연구원은 현재 수출 호조가 물량 확대보다는 가격 상승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 수출물량 증가율은 4월(-17.7%)과 5월(-18.0%)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액 증가 상당 부분이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고용 상황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4월 신규 취업자는 7만4000명 증가에 그쳐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5만5000명, 건설업 취업자는 8000명 각각 감소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022년 11월 이후 4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원은 이를 두고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업이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감소를 흡수해왔지만 최근 들어 서비스업의 고용창출력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3고 장기화 땐 경기 회복세 흔들릴 수도…추경 신속 집행·포스트 반도체 성장 동력 확보"

연구원은 향후 경기 회복의 최대 변수로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현상을 꼽았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유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시작으로 공산품 가격과 서비스 요금,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며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들어 원화 약세율은 4.6%로 엔화(1.6%)와 유로화(0.8%)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고유가가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물가를 끌어올린다면, 고환율은 수입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쳐 보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특히 시장에서 고유가와 고환율이 결국 고금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내수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경우 환율 상승 부담까지 겹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주요국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는 반도체 의존도를 꼽았다.

현재 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수출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업황에 의존하고 있는데,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약 24%에서 최근 42%까지 상승했다.

연구원은 글로벌 AI 투자 둔화나 반도체 공급 과잉 등이 현실화될 경우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성공적인 총량 지표에 가려진 K-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해 시장 활력 보강이 요구되는 부문에 대한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을 통해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최근 국내 경제 상황 개선의 주된 배경이 글로벌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긍정적 대외 여건에 있음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기회가 주어질 때 ‘포스트 반도체(반도체 이후)’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