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좁은 문' 중장년 재취업, 이렇게 성공했다'-우수상 김진인 "벼랑 끝에 서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았다"

【서울=뉴시스】대기업에서 해외 법인장과 사업팀장을 역임하면서 수십억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과 책임자로서 명성을 누렸다. 남에게 지기 싫은 출세욕을 가지고 모든 것을 걸고 앞만 보면서 달렸다.
첫 실패 경험은 사내 투자를 받아 캐나다 토론토에서 교민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대상으로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업이었다. 점주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주문받아 공급업체로부터 직접 물건을 싸게 대량 구매해 상품을 공급하고 중간 마진을 남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불법으로 구입해 탈세를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점포 주인들의 현실을 미리 알지 못해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이때부터 다가오는 위기감과 뒤쫓아 오는 후배들, 요구되는 정보기술은 급변해 따라가기 힘든 중압감을 피할 수가 없었다.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떠나는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중소기업으로 스카우트돼 이직을 했다. 신규 사업을 추진했으나 자금난으로 인해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게 되는 경영상황이 닥쳐왔다. 결국은 자발적으로 직원 10명과 함께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위기에 처한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포지션에 면접을 봤다. 약 2년 넘게 걸려야만 완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8개월 만에 완성해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더욱 나아가 성공한 시스템을 솔루션화해 별도의 사업추진을 기획하고 법인을 만들어 CEO로 취임했다. 하지만 내부 경쟁자들의 질투와 시기로 인해 오너로부터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했다. 100명의 아군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말라는 평범한 이치와 중소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존 전략이 필요함을 실감했다.
이번에는 내가 사장이 돼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어 퇴직 시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약 1억원으로 시스템 개발 인력 공급 및 컨설팅 사업을 개시했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은 나의 진입을 방해했고, 시장 상황 또한 어려운 상태가 됐다. 자금난이 오고 조급해진 마음에 무리한 계약조건으로 진행해 미수가 발생하고 파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대기업 경력의 자만과 자부심은 절망과 좌절로 바뀌었다.
연일 계속되는 술과 고객 접대로 인해 당뇨병이 발병해 체력적인 한계와 무력감이 엄습했다. 그때 18년간 뇌출혈 후유증으로 병상에만 누워서 고생하신 어머니마저 하늘나라로 갔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 남아 있는 자존심은 백해무익했다. 사장까지 했으니 이제는 사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창피해서 못할 것 같았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야간 경비원을 6개월간 했다. 근무 중 남는 시간을 이용해 그 동안의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예전에 읽었던 손자병법을 다시 읽고 난 후 나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나 자신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또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사이트를 방문하게 됐다.
취업만을 위한 무모한 지원은 서로에게 부담을 주며 시간 낭비다. 다 갖춰진 곳 보다는 부족한 곳에서 나의 역량을 더욱 빛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인식해 급여 요구조건은 기본으로 하고 과거의 지위나 명성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해 성과급으로 보상 받는 것으로 기준을 바꿨다. 또 월급쟁이로서가 아니라 사업을 같이 하는 ‘파트너’로 함께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했다.
결국 유사업종을 운영하는 옛 직장 동료에게 부탁해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무리하게 기존 조직을 바꿔가며 자리를 만들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뛰면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경험한 업무 프로세스를 접목할 수 있는 개선활동도 맡아 수행 중이다. 오늘도 출근하면서 무엇으로 남을 기쁘게 해 줄 것인가를 생각한다. 후배들이 무대에서 마음껏 뛰고 놀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의 역할을 한다면 성과의 보상은 반드시 돌아오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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