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제 폐지 막아달라" 국회의원에 로비한 화물연합회 간부들 유죄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지입제 폐지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6000만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화물운송단체 간부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4단독 장병준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 회장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이사 B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지역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이사장과 전무에게는 각각 벌금 1500만원,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각 법인에도 벌금 1500만원과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B씨는 2022년 9월~2023년 1월 지입제를 폐지하는 법률안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국회의원 3명에게 법인의 판공비 또는 사업추진비 등 법인 자금으로 19차례에 걸쳐 619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C·D씨 역시 2023년 2월 1억7673만원의 특별회비를 모금한 후 이중 3000만원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국회의원 3명에게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화물운송업계에서는 차주가 운송사업을 하기 위해 자기 소유의 차량을 운수사업자 명의로 등록한 후 운수사업자로부터 사업권을 위탁받고, 운수사업자는 차주에게 행정적, 법률적 지원을 하는 대가로 위·수탁비를 받는 이른바 '지입제'(위·수탁제)가 오랜 관행으로 정착돼 왔다.
하지만 '지입제'를 개선하기 위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되자 운수사업자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을 우려해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로비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와 관련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장 판사는 "정치자금 기부의 투명성·순수성을 훼손시킴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권한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며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관한 직무의 공정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해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범행이 국회의원들의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이 기부된 금원이 반환된 점,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