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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담배 밀수출로 수십억 부당이득…저렴한 담뱃값 범죄 유인 작용하나

등록 2026.03.13 10:45:16수정 2026.03.13 10: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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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끊이지 않는 한국 담배 해외 밀반출

OECD 평균 절반 못미치는 담배가격도 한몫

한국서 담배 사서 빼돌리면 갑당 8~9배 차익


적발 물품 사진. (사진=인천본부세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적발 물품 사진. (사진=인천본부세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한국에서 구입한 담배를 해외로 밀수출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챙긴 일당이 적발되면서 국가 간 담배 가격 격차가 밀수 범죄의 주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담배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한국 담배가 최대 10배까지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밀수 대상 품목으로 낙인 찍히면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담배 밀수의 '공급 전진기지'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관세청 인천세관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구입한 담배 약 90만 갑을 해외로 밀수출해 약 1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피의자 A씨는 과거 호주에서 여행 가이드로 근무하며 해외 담뱃값이 한국보다 8~9배 비싸다는 점을 파악하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핵심 동기는 한국과 주요 선진국 간의 담배 가격 격차에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담배 가격은 약 4500원 수준이지만 OECD 평균(약 10달러·약 1만49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호주(약 4만1000원), 뉴질랜드(약 3만2000원), 영국(약 2만5000원) 등 주요 국가에서는 훨씬 높은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사건거래도. (사진=인천본부세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건거래도. (사진=인천본부세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복되는 '한국 담배 밀수'…"가장 인기 있는 밀수 제품"

한국 담배가 해외 밀수 시장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호주, 인도 등은 오래전부터 불법 유통되는 한국 담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세계에서 담배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로 알려진 호주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국가간 불법거래 정황이 빈번하게 포착되고 있으며, 한국에서 해외로 수출된 국산담배가 제3국을 경유해 국내로 밀반입되는 상황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3년 부산본부세관은 특수 합판을 만들어 담배 80만여 갑을 숨겨 호주로 밀수출하려던 일당을 호주와의 공조로 검거했다.

이들은 호주 담뱃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을 노려 시세차익을 챙기기 위해 32억원어치를 밀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호주의 담배 가격은 한국에 비해 7배 가까이 비쌌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호주 매체 MHD는 호주 국경수비대(ABF)의 단속 결과를 인용해 "한국 담배 밀수업자들이 호주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해상 물류를 통해 운송된 불법 담배 약 400만 개비가 압수되는 등 한국은 호주 밀수 시장의 주요 공급처로 지목됐다.

2024년 인도 매체 민트(MINT)는 특정 국산 브랜드에 대해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밀수 브랜드(smuggled brand)"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같은 해 인도 세관(DRI)은 인도 중서비 나비뭄바이 주에 있는 자와할랄 네루항에서 두바이발(發) 컨테이너선을 밀수 혐의로 포획했는데 중국산 카펫으로 신고된 컨테이너에는 '에쎄 체인지' 672만개가 실려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수출용 면세 담배를 국내로 밀수입해 불법으로 유통한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 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정식 수출된 국산 담배를 국내로 밀수입한 담배 175만여갑을 정리하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이날 수출된 국산 담배 175만 갑을 국내로 밀입수한 일단 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2025.12.0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 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정식 수출된 국산 담배를 국내로 밀수입한 담배 175만여갑을 정리하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이날 수출된 국산 담배 175만 갑을 국내로 밀입수한 일단 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2025.12.02. [email protected]


'값싼 담배'의 역설…"가격 현실화 시급"

당연하게도 국가 간 담배 가격 차이가 클수록 밀수나 불법 유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담배는 부피 대비 단가가 높고 수요가 확실해 해외 담배 가격이 높은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의 담배가 밀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담뱃값은 2015년 인상 이후 약 10년 넘게 45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가 상승과 국제 가격 변화에도 가격이 장기간 동결되면서 주요 국가와의 격차가 더 커진 상태다.

담배 가격 인상이 흡연율 감소라는 보건적 목적을 넘어 국제 범죄를 차단하고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낮은 담배 가격은 밀수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비 지출, 청소년 흡연 등 사회·경제적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세계은행(WB)과 함께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1년간(2014년~2024년) 흡연으로 발생한 국내 의료비 지출 누적액은 약 41조원에 달한다. 

직접 의료비 외에도 조기 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 만성질환 관리 비용, 사회·경제적 간접 비용 등을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흡연 기인 사망 및 사회·경제적 부담 산출 연구(2025)'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4조9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2020년 12조8912억원, 2021년 12조9754억원, 2022년 13조6316억원에 이어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진 결과다.

반면 보건복지부 '2024회계연도 국민건강증진기금 수입지출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담배에서 걷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약 3조3000억원에 그쳤다.

이를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중 의료 직접비 약 5조원과 비교하면, 연간 2조원의 재정적 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값싼 담배 가격은 청소년 흡연 양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청소년이 즐겨 찾는 외식·간식 메뉴 가격이 대략 8000원을 넘는 상황에서 담뱃값이 4500원 수준에 머무는 것은 청소년들이 경제적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담배 업계 관련 전문가는 "아직 한국은 담배 규제 정책 가운데 가격·조세 정책을 소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연간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5조원에 달하고 청소년 흡연 문제를 고려하면 담배 가격 정책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재정 안정화 및 국민 건강 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담배 매대 모습. 2026.01.14.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담배 매대 모습. 2026.01.14.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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