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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가 뒤따르겠습니다" 5·18 46주기 추모열기 절정

등록 2026.05.17 11: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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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이정연 열사의 어머니 구선악(86) 여사가 아들을 그리워하며 오열하고 있다. 2026.05.17.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이정연 열사의 어머니 구선악(86) 여사가 아들을 그리워하며 오열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영령 앞에 죄송합니다."

5·18민주화운동 46주기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푸르른 신록이 짙게 물들어가는 5월의 한복판 묘지에서 추모객들은 다시한번 5·18 영령을 향해 고개 숙였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 했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무산, 민주열사들의 피가 스며든 금남로를 어지럽힌 극우 성향 집회까지.

앞서서 나간 열사들을 산 자들이 제대로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의 반복에 추모객들은 무거운 표정을 쉽게 걷어낼 수 없었다.

무리를 지어 열사들을 참배하러 온 대학생들은 '시민군 대변인' 고(故) 윤상원 열사의 묘소를 시작으로 기나긴 참배 길에 올랐다.

5월18일부터 이어진 열흘간의 항쟁사, 27일 계엄군에 맞선 최후항전 과정에서 숨진 열사들의 사연, 가족의 품으로 여태 돌아오지 못한 행불자를 기리는 설명이 뒤따랐다.

광주지역 최초 희생자 고 김경철씨의 묘소 앞에서는 어지러운 시국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는 민주화 역사 속 비극이 반복돼선 안된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공춘호(70)씨가 고(故) 홍비오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며 슬퍼하고 있다. 2026.05.17.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공춘호(70)씨가 고(故) 홍비오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며 슬퍼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생전 열사들과 동고동락했던 친구 또는 선후배들도 묘소를 찾아 추모에 동참했다.

고 홍순권 열사의 동네 선배 공춘호(70)씨는 이날 생전 처음으로 민주묘지를 찾았다.

고향 광주를 오랜만에 찾아 민주묘지를 방문한 공씨는 동네 후배가 묻혀있다는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5·18 당시 시위에 참여하다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낙담한 지 벌써 46년째. 애타게 그리워하던 '깨복쟁이' 후배가 민주묘지에 누워있는 모습에 그는 수십년 동안 참아온 눈물을 터트렸다.

홍 열사는 1995년 검찰 수사 보고 당시 사망 장소가 불분명했으나,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 조사 결과 최후항전 당시 계엄군에 맞서다 도청에서 산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씨는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순권이는 함께 수창초를 다니면서 동고동락했던 그야말로 깨복쟁이 사이였다. 일찍 서울 생활을 시작한 뒤로 이따금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유독 반갑게 맞아주던 후배였다"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숨졌다는 이야기 뒤로 크게 슬픈 나머지 묘지를 찾을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리운 이름이 적힌 묘소를 보니 참아온 눈물이 터졌다. 복받치는 감정을 어쩔 수 없다. 눈물로서 반겨주고 또 미안해할 수 밖에 없다"고 묘비를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객들이 묘역을 거닐고 있다. 2026.05.17.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객들이 묘역을 거닐고 있다. [email protected]



고 이정연 열사의 어머니 구선악(86) 여사도 일 년 만에 만나는 아들의 묘소 앞에서 가슴앓이하며 울분을 터트렸다.

생떼같은 자식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아온 지 벌써 46년. 5월마다 이 열사의 흔적을 가슴 깊숙한 곳에서 꺼내야만 하는 구 여사의 마음은 생채기와 멍으로 가득하다.

구 여사는 "정연이는 '선조들이 남긴 잡초를 내가 죽음으로서라도 뽑으러 가오'라며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며 "어린 자식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야 했느냐"라고 하염없는 울분을 토해냈다.

고 문재학 열사의 매형 김시백(68)씨는 문 열사를 찾는 추모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온다'로 널리 각인된 문 열사의 행적이 소설을 넘어 미래로 계승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그동안 미래 세대를 위해 의미있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5·18과 같은 역사적인 민주화운동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거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에 모두 동감해달라"고 호소했다.

5월 한 달 동안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추모객 수는 전날 기준 4만2760명으로 집계됐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객들이 광주지역 최초 희생자 고(故) 김경철씨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6.05.17.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객들이 광주지역 최초 희생자 고(故) 김경철씨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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