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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가서 밤새 놀아도 맨정신"…'술부심' 대신 '갓생' 택한 Z세대[출동!인턴]

등록 2026.04.15 06:01:00수정 2026.04.15 06: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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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부어라 마셔라' 식 술 문화 옅어져

Z세대 술자리 빈도, 월평균 1.51회

술 기운에 시간 버리기보다 자기 계발에 힘 써

[서울=뉴시스] 정우영 인턴기자 = 14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술집 거리 전경. 유동 인구는 물론 술집을 찾는 이들의 수가 많지 않다. 2026.4.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우영 인턴기자 = 14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술집 거리 전경. 유동 인구는 물론 술집을 찾는 이들의 수가 많지 않다. 2026.4.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우영 인턴 기자 = 저녁이면 학과 점퍼를 입은 학생들로 북적이던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술집 거리가 한산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오후 기자가 찾은 대학로 일대는 과거와 확연히 대비되는 고요함이 감돌았다. 한때 학생들의 함성과 술 게임 소리로 가득했던 거리 곳곳에는 임대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은 대형 호프집들이 눈에 띄었고, 행인들의 발걸음은 술집보다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근 카페로 향했다.

대학가 내부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21학번 A씨는 "이제 뒤풀이는 무조건 참석해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공식이 깨졌다"며 "최근 학과 MT에서는 새벽 5시까지 30여명이 깨어 있었지만, 예전처럼 취해 쓰러진 사람 없이 맨정신으로 밤새 대화하며 노는 생경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축구 동아리 소속인 17학번 B씨 역시 "예전에는 주 1회 연습이 끝나면 거의 매번 술자리가 이어졌지만 요즘 후배들은 술 대신 가볍게 식사만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세대를 거칠수록 점차 술부심, 술자리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입학 당시와 달라진 풍경을 비교했다.
[서울=뉴시스] 정우영 인턴기자 = 14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술집 거리 전경. 유동 인구는 물론 술집을 찾는 이들의 수가 많지 않다. 2026.4.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우영 인턴기자 = 14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술집 거리 전경. 유동 인구는 물론 술집을 찾는 이들의 수가 많지 않다. 2026.4.14. *재판매 및 DB 금지


20대 폭음률 하락… 주류 시장도 '역성장' 직격탄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29세 남녀의 '월간 폭음률'(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 음주)은 2022년 45.2%에서 2024년 42.7%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의식적으로 술자리 자체를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도 일상화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주류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최신 주류 소비 행태의 이해' 조사 결과, Z세대의 술자리 빈도는 2024년 기준 월평균 1.51회로 전 세대 중 가장 적었다.

이에 국내 주류 시장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세청 주류 출고량 현황을 보면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ℓ로, 전년(323만ℓ) 대비 약 2.4% 감소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이라는 매개체 자체가 매력을 잃어가면서 주류 시장의 하락세는 갈수록 가팔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은의거리에 주류운반차량이 주류를 배달하기 위해 서 있다. 고물가속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올 2분기 소비자들의 외식·여가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업 중 술집 매출은 1년 전보다 10% 가까이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2025.08.18.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8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은의거리에 주류운반차량이 주류를 배달하기 위해 서 있다. 고물가속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올 2분기 소비자들의 외식·여가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업 중 술집 매출은 1년 전보다 10% 가까이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2025.08.18. [email protected]


술보다 '이것'…음주에 대한 인식과 소비 패턴 변했다

대학생들이 술잔을 내려놓은 배경에는 경제적 부담과 인식 변화가 맞물려 있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소주 한 병 가격이 6000원에 육박하면서, 술자리에 수만 원을 지출하는 것을 비합리적인 소비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진 탓이다. B씨는 "안줏값 등 전반적인 물가가 너무 올라 자주 술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숙취로 고생하면서까지 귀한 돈을 쓸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시간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갓생' 트렌드가 음주 문화를 대체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5%가 술을 줄인 이유로 '음주에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를 꼽았다. 다음 날 일과를 망치기보다 그 시간에 자기계발이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A씨는 "술값을 아껴 외모를 가꾸거나 헬스장 등 건강 관리에 투자하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의 실속 있는 소비 패턴"이라고 덧붙였다.

술보다 개인의 시간과 건강을 중시하는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가 음주 중심이었던 대학 문화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며 캠퍼스의 밤 풍경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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