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 담았다"…국산 화장품 M-ODM '유씨엘' 가보니
자연주의 화장품 기업 유씨엘 제주공장 르포
99% 제주도 청년 고용·현지 농가 협업 적극
도내 첫 cGMP·JCC 인증…'명예도민'에 선정
이지원 대표 "첫 순익 기대…해외 성장 목표"
[제주=뉴시스] 권안나 기자=지난달 28일 이지원 유씨엘 대표이사가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유씨엘 제주공장에서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0.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권안나 기자 = "유씨엘 제주공장의 99%는 제주도 청년으로 채용했습니다. 제주대와 협력을 통해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있고, 도내 연구기관 등과 (현지 기반 화장품 개발)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이지원 유씨엘 대표이사)
지난달 28일, 제주의 청명한 가을 날씨에 무르익은 애월읍 농장 지대 속 한 공장을 방문했다. 화장품 책임마케팅 방식 제조자개발생산기업(M-ODM)인 '유씨엘(UCL)' 제주공장이다.
유씨엘 제주공장은 청정 제주의 스토리를 입힌 자연주의 기능성 화장품 원료부터 임상, 생산까지 원스톱(One-Stop)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연간 8600만개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유씨엘은 로레알,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유한킴벌리 등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 중이다. 대기업 비중은 40%이고, 중소기업과 소기업이 60% 정도다.
유씨엘의 생산공장은 ▲제조실 ▲충전실 ▲포장실 세 곳으로 나뉜다. 이날 공장에서는 국내 모 대기업의 바디워시 리필 제품을 친환경 용기에 포장하고, 유통기한과 제품 정보를 코딩(대상에 기호를 부여)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유씨엘 제주공장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청 스펙에 맞춰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크기의 유화기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엘이 지난 2013년부터 제주 지역에 들어와 공장을 운영하게 된 것은 제주도가 가진 천연 자원을 활용해 진정한 국산 자연주의 화장품을 생산하겠다는 포부에서였다.
이지원 유씨엘 대표는 "10여년전 프랑스 출장에서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지역 내 농가와 대학, 연구기관들과 클러스터를 형성해 운영하는 모습을 봤다"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고, 2년 정도 준비해서 제주공장을 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섬사람'들의 '육지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 등으로 정착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호소할 수 있는 건 진정성 밖에 없었다"며 "지역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열심히 설명하다보니 주민들이 오히려 우리 편에 서서 도청에 말해줬다"며 공장의 인·허가 받아낸 과정을 설명했다.
실제로 유씨엘은 지역과 다양한 상생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 주요 농작물 가운데 뿌리, 가지, 잎 등 버려지는 부분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성분들을 추출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 지역 벌꿀영농조합에서 벌꿀을 채취하고 남는 밀랍으로 수입 원료 일부를 대체하거나, 제주 구좌읍 등에서 주로 경작되는 당근 잎에서 탈모에 좋은 성분을 찾아 특허를 내기도 했다. 유씨엘 공장 내부에 작은 정원을 꾸려 다양한 식물과 허브를 직접 생산해보며 표준화 작업을 거친 뒤 농가에 먼저 경작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공장 직원도 대부분 현지에서 채용한다. 이 대표는 "제주도가 사실 외지인이 들어와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 가능한 제주도 청년 고용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외부(육지)에서 넘어온 직원을 위한 기숙사는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엘은 도내 민간기업 최초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적합업소 인증을 취득했으며, 제주화장품인증(JCC)도 획득했다. 제주화장품인증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증명하는 지역 화장품 품질 인증이다. 제주산 원물과 원료를 5~10% 이상 함유하고, 제주의 물을 담아 도내에서 생산의 전 공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 대표는 제주에 쏟은 애정을 인정받아 명예도민에도 선정된 바 있다.
지난 몇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출길이 막혀 유씨엘도 혹한기를 보냈다. 다만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고객사들의 선전으로 큰 어려움은 모면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작년 대비 매출이 4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힘든 시기에 연구·개발(R&D) 등을 하며 차근차근 준비한 게 이제 빛을 내는 것 같다. 올해 최초로 손익분기를 넘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을 유씨엘의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성장하고 싶다"며 "나아가 직원들에게도 독립 아닌 독립(분사) 등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유씨엘의 전신 비봉파인의 창업주이자 유씨엘 모기업 대봉그룹의 회장인 박종호 회장의 며느리다. 박 회장은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이 태동하던 1980년대에 '화장품 원료의 국산화'를 꿈꾸며 비봉파인을 창업했다. 이후 화장품 소재 및 원료 전문 중견기업 '대봉엘에스'와 국내 1위 피부인상 시험기관 'P&K피부임상연구센터' 등을 분사시켰고, 두 개 기업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국내 증권시장에도 입성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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