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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럽패싱' 속 대러제재 논쟁…파리회담 대표성·파병 이견도

등록 2025.02.19 15:22:43수정 2025.02.19 18: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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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유럽·우크라 배제하고 양자 협상

美 "대러제재 협상"에 EU "내주면 안돼"

佛, '파리 회담' 주도…동유럽 '항의·반대'

파병, 영국만 조건부 찬성…각국 신중론

[브뤼셀(벨기에)=AP/뉴시스]2024년 12월19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EU 지도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각국 정상들은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관련 두번째 긴급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2025.02.16.

[브뤼셀(벨기에)=AP/뉴시스]2024년 12월19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EU 지도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각국 정상들은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관련 두번째 긴급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2025.02.16.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나서면서 '유럽 패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3년간 이어진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에 맞서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미국과 유럽 사이에 엇박자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나아가 유럽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 참여를 두고 내분 양상이 보이는 등 혼란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 "대러 제재 협상"에 EU "강력한 카드, 내주면 안돼"

미국과 러시아는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종전을 논의했다. 구체적 종전 방안이 도출되지는 않았으나 양국간 외교공관 운영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첫발을 뗐다.

그러나 유럽이 협상 개시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못했고, 당사국 우크라이나조차 참여하지 못한 미러 양자간 협의였다는 점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전 영토 복귀 등 우크라이나 측 주장을 "비현실적"이라고 규정하며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와 EU 없이는 신뢰할 수 있는 성공적 협상도, 지속 가능한 평화도 없다"며 "협상 전에 양보를 전제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했다.

특히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에 관해서는 명확한 이견이 확인됐다. EU는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약 2100억 유로(약 316조2621억원)를 동결한 상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고위급 회담 뒤 "제재는 전쟁의 결과물"이라며 "EU도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시점이 되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상호 호혜적인 경제 협력을 가로막는 인위적인 장벽 제거를 위한 여건 조성을 할 것"이라며 제재 해제 논의를 언급했다.

그러나 EU는 대러시아 제재를 지속해나간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18일 "EU는 안보 관련 문제를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16번째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날 보도된 유락티브 인터뷰에서 "(대러 제재는) 우리가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고, 내줘서는 안 된다"며 "그들(러시아)의 재정은 거의 고갈됐고 제재 때문에 외부 자본을 조달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거래가 합의된다고 해도, 그 거래는 실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리아 지원 국제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리아 재건을 위해 5천만 유로(약 755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02.14.

[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리아 지원 국제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리아 재건을 위해 5천만 유로(약 755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02.14.


'유럽 패싱' 대응서 동유럽 배제 논란…파병에도 이견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대러 공동전선에서 이탈하자 유럽 내부에서도 혼란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패싱' 우려에 맞서기 위한 유럽 정상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17일 파리에서 열린 첫 회의에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덴마크, 영국 7개국만 참석했다. 서유럽 주요 5개국 외에는 EU 순회의장국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 이사회(CBSS) 핵심국 덴마크만 초청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의 실질적 당사국인 체코, 루마니아 등은 동유럽을 포함한 정상회의를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파리에서 2차 정상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체코, 그리스, 핀란드, 루마니아,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노르웨이가 추가 초청됐다.

헝가리 등 친러시아 성향 정권이 들어선 국가에서는 공개적 반발도 나오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파리 정상회담은 EU 내에서 모든 국가가 평등하게 대우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헝가리의 페테르 시야르토 외무장관은 "그들(파리 정상회담)과 달리 우리는 미-러 협상을 지지한다. 그들과 달리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서도 국가간 이견이 확인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일 평화협정 체결과 타국군 파병을 전제로 하는 영국군 파병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는 지상군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강한 반발 속에서 미국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관점에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주둔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고, 나는 찬성"이라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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