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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갈등②]日다카이치, 대만 유사시 시나리오 뭐길래

등록 2025.11.22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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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권 발동 요건 '애매모호' 전략 깼다… 中반발 필연

美가 원한 답변일까?…오히려 미일 억지력 약화

전문가 "日, 현상변경 위기 조성 '주체' 될수도"

[도쿄=AP/뉴시스] 사진은 지난달 21일 다카이치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5.11.21.

[도쿄=AP/뉴시스] 사진은 지난달 21일 다카이치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5.11.21.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개입 가능성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중·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발언은 미·중·일 삼각 외교와 대만해협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 일본의 관련 법 해석과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수면 아래 '대만 유사시' 언급 꺼낸 다카이치…中 반발엔 이유 있다

제1 야당 입헌민주당 소속 오카다 가즈야(岡田克也) 전 외무상은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다카이치 총리에게 "어떤 경우 존립위기사태가 되느냐"고 질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대만 지배 수단과 관련 "단순한 해상교통로 봉쇄일 수도 있고, 무력행사일수도 있고 사이버 프로파간다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가 수반된다면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의) 존립위기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표명했다.

그는 "대만에 대해 무력 공격이 발생하다. (그러면) 해상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와서 도와주고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의) 무력행사가 진행된다"는 시나리오까지 입에 올렸다.
[경주=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1.21.

[경주=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1.21.

존립위기사태란?…'전수방위' 日이 무력 개입할 수 있는 사태

다카이치 총리의 이러한 발언이 중국을 자극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는 일본이 대만 유사시 개입할 수 있음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5년 9월 19일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주도로 안보관련법을 성립시켰다.

안보관련법 핵심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점이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미국 등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공격 받을 경우,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사태로 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존립위기사태'를 도입했다.

특히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행복 추구 권리가 근본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적 행사를 하도록 규정했다.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태평양전쟁 등을 일으켰던 일본의 패전 후 전쟁·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전력(戰力) 불보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역대 일본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이런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아베 정권은 헌법 해석을 바꾸며 추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2021년 10월~224년 10월) 들어서는 반격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며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은 존립위기사태에서도 다른 나라 영역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는 반격 능력으로 대만 유사시 무력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한 셈이다.

'집단적 자위권 발동 사례 애매하게 넘겼는데'…폭탄 터뜨린 다카이치

다카이치 총리가 언급한 시나리오 등은 이미 일본 안보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동안 논의해 온 것이다.

당초 2015년 안보관련법을 제정할 때부터 중국으로 인한 동중국해 긴장을 우려한 미국을 의식했다. 대중 경계를 높이던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고자 한 것이다.

한 일본 방위성의 간부는 지지통신에 “미일 동맹 실효성을 높이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답변이 틀렸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고위급 자위대 자위관은 다카이치 총리가 언급한 시나리오가 "아주 보통의 시뮬레이션"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방위성 간부도 "답변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열린 안보관련법 심의에서 아베 당시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 구체적인 사례로서 대만 유사시가 아닌 원유수송경로인 중동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임무를 들었다.

2017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당시 방위상은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령 괌을 겨냥할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이후에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등 역대 총리들은 집단적 자위권 발동 사례에 대해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이러한 전략은 "정부로서 공공연하게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피해기 위해서"라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야 "대만 유사시는 일본 유사시"라고 표명했다.

애매모호 전략을 뒤집고 대만을 입에 올린 다카이치 총리는 결국 중일 관계에 불을 질렀다.
[가나가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일본 총리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2025.11.21.

[가나가와=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정박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일본 총리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2025.11.21.

'밀접한 관계인 타국', 대만도 가능?

다카이치 총리가 언급한 대만 유사시 시나리오는 미국을 '밀접한 국가'로 상정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이 아닌 대만을 상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辻元清美) 입헌민주당 참의원(상원) 의원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이 대만으로부터 원조 요청을 받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시나리오 같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 침공에 저항하는 대만군에 자위대가 가세한다는 상정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는 대만을 '국가'로서 인정할 수 있는 해석이다.

일본은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서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불가분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선언했다.

만일 다카이치 내각이 대만을 밀접한 타국으로 판단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이러한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만은 국민, 영역, 주권의 국가 3요건을 충족한다. 일본은 국가 승인을 하지 않았으나 이론적으로는 밀접한 타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美가 원한 답변일까?…오히려 미일 억지력 약화

미국은 대만에 대해 전략적 애매모호함을 기본적으로 관철해 왔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했을 때 미국이 어떻게 행동할지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여러 가지 경우를 상정해 상대의 계산을 복잡하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애매한 전략에 일본도 발 맞춰 왔다.

다카이치 총리의 답변은 이러한 애매함을 찌른 발언이었다. 중국 측이 일본의 속내를 계산하기 쉽도록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요구대로 답변을 철회한다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여지를 스스로 제거해 미일 억지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미국은 일단 일본 편들기에 나섰으나, 미일 억지력 약화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토니 피곳 부대변인은 20일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통해 "미일 동맹, 일본의 시정 아래 있는 센카쿠 제도를 포함한 일본의 방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일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주출돌"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대만 해협과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무력과 위압을 포함한 어떠한 현상 변경 시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경계했다.

전문가 "다카이치 발언, 日이 현상 변경 세력으로 보일 위험"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더 위험한 해석까지 가능하게 한다.

후지와라 기이치(藤原帰一)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19일자 아사히신문 시사소언에 기고한 글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은 물론 대만, 미국도 현상 변경을 요구하지 않을 때 존립위기사태의 해석을 확대했다"며 이는 다카이치 내각의 위태로운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하는 것은 당연해 보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을 공언하는 것은 일본 외교 선택사항을 줄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합의된 현상을 일본이 바꿈으로서 일본이 현상을 변경하는 세력으로 간주될 기회를 만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일본이 위기를 조성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일본 외교 목적은 국제관계 안정, 현상 유지다"라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방지를 위해 군사력에 의한 억지, 외교에 의한 위기관리와 신뢰 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그 균형 감각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후지와라 교수는 "중국도 미국도 대만도 아닌 일본이 앞장서 긴장을 확대해 국제 관계 불안정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고 힐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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