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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전기(傳記) 아닌 액션이 돼버리면 '마이클'

등록 2026.05.13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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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영화 '마이클' 리뷰

[클로즈업 필름]전기(傳記) 아닌 액션이 돼버리면 '마이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마이클 잭슨 전기영화 '마이클'(5월13일 공개)은 전기영화가 아니다. 이건 액션영화다. 너무 단순한 스토리를 화려한 액션으로 만회해보려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건 앤트완 퓨콰 감독이다. 퓨콰 감독은 앞서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2015·2018·2023) '백악관 최후의 날'(2013) '더블 타켓'(2007) 등을 만들었다. 그의 영화에서 마이클 잭슨은 흡사 슈퍼히어로다. '마이클'이란 간결한 제목은 팝의 황제로 수식된 한 인간을 파고들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면 그게 아니라 이건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제목이었단 걸 알게 된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퓨콰 감독이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이클'의 액션은 스크린을 장악하며 보는 이를 휘어잡는다. 마이클 잭슨이 '빌리 진'을 부르며 문워크를 처음 선보인 1983년 모타운 25주년 무대를 되살린 시퀀스라든지, 그가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 팝 스타로 우뚝 서며 팝의 황제로서 대관식을 한 1988년 웸블리 공연의 '배드' 무대를 재구성한 장면 등은 말 그대로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마이클 잭슨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의 팬이 될 수밖에 없게 하고, 이미 알았더라도 다시 한 번 그에게 빠지게 하는 순간이 이 영화엔 있다.
[클로즈업 필름]전기(傳記) 아닌 액션이 돼버리면 '마이클'


제작비 약 2억 달러(약 2900억원)를 쏟아부은 '마이클'의 규모보다 관객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역시나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 배우 자파 잭슨이다. 마이클 잭슨의 친조카이기도 한 그는 전설 중 전설이었던 삼촌을 스크린에 되살려내기 위해 약 2년 간 황제의 춤과 노래를 연습한 뒤에야 촬영을 시작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마이클 잭슨의 유일무이한 춤선을 구현하기 위해 매일 발이 마비될 정도로 춤을 췄다는 자파 잭슨은 삼촌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아우라를 일부 구현하는 데 성공하며 자기 몸 속에 어떤 피가 흐르는지 증명한다.

마이클 잭슨이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작사·작곡, 무대 기획, 뮤직비디오 연출 등 자기 분야 모든 면에서 천재였던 것과 달리 영화 '마이클'은 공연 시퀀스를 제외한 다른 대목에선 이렇다 할 재주를 보여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액션과 서사의 불협화음. '마이클'은 마이클 잭슨의 춤과 노래로 끌어올리고 응축한 에너지를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하는 지점에서 놓치고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양상을 러닝타임 127분 간 반복한다. 마이클 잭슨 노래 자체의 힘이 워낙 강력하고 공연 장면 연출이 빼어나 지루하진 않지만 스토리텔링에서 매력은 대체로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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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마이클'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이 작품은 그가 잭슨5로 데뷔하기 전인 1966년에서 시작해 1988년 웸블리 공연 장면으로 끝난다. 이 시기 마이클 잭슨은 신동으로 불리며 음악을 시작해 성인이 된 후 팝 신성으로 떠오르고, 일련의 역사적 성공으로 전 세계 음악계 아이콘이 된다. 동시에 이 시대는 신화적 성공 뒷편에서 마이클 잭슨 삶에 서서히 어둠이 들이닥치던 때였다. 그리고 이 어둠은 2009년 6월25일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경력과 일상을 집요하게 갉아먹었다. 그러니까 '마이클'은 빛만 볼 뿐 빛 못지 않게 거대했던 그림자를 부러 외면한다.

'마이클'은 마이클 잭슨 삶을 쉽게 도구화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와 아버지 조 잭슨 사이 갈등에 집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천부적 재능을 가진 마이클 잭슨은 성장·각성해 팝의 황제로 거듭나는데, 이건 슈퍼히어로물에서 흔히 보이는 영웅탄생서사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의 폭력적 훈육, 반복된 외모 조롱, 강력한 통제 등이 이후 마이클 잭슨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엔 관심이 없고, 이 요소를 그저 스타 탄생 과정에서 벌어진 에피소드 정도로 소모하고 파편화한다. 다시 말해 '마이클'을 보면 그의 춤과 노래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나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알 수가 없다.
[클로즈업 필름]전기(傳記) 아닌 액션이 돼버리면 '마이클'


'마이클'의 이런 태도는 인생에 적지 않은 파장으로 남는 다른 사건을 그릴 때에도 반복되며 한 인간과 삶을 곡해한다. 대표적인 게 '펩시광고 화상사고'. 영화는 이 사고를 마이클 잭슨이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게 되는 전환과 극복의 일화로 간단히 각색하지만 일각에선 이 사건을 훗날 그가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는 시작점으로 보기도 한다. 그가 급성 프로포폴 중독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과정과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외모에 대한 마이클 잭슨의 집착과 성형수술, 동화 피터팬과 동물을 둘러싼 기행 등을 다룰 때도 '마이클'은 이 모든 걸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리며, 그렇게 인간 마이클 잭슨을 오해하게 한다.

물론 '마이클'과 퓨콰 감독에겐 변명거리가 있다. 원래 영화는 마이클 잭슨 삶에서 가장 중요한 논란이자 의혹 중 하나였던 1993년 조던 챈들러 성추행 의혹과 네버랜드 압수수색을 다루려고 했으나 마이클 잭슨이 1994년 챈들러 가족과 합의한 내용 중 "어떤 종류의 영화나 TV에서도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을 발견해 각본을 수정하고 22회차 분량을 재촬영했다는 것. 그럴 듯한 변명처럼 보이지만 애초에 1990년대 이전 마이클 잭슨의 삶을 이토록 편리하게 이용한 걸 보면 어쩌면 1993년 사건을 다루지 못 한 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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