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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의 중세 오타쿠들, 대사를 춤으로 빚다…크리스털 파이트 '어셈블리 홀’

등록 2026.05.18 19: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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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상 수상한 최신작…키드 피봇과 첫 내한

무너지는 '공동체' 향한 날카로운 시선

[서울=뉴시스] '어셈블리 홀' 공연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 '어셈블리 홀' 공연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대사가 우리의 움직임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또 대사는 관객의 '보는 방식'까지 변화시키죠."

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가 다음 달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18일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1세기 무용 천재'로 불리는 그는 "언어와 함께 작업하는 방식은 새로운 안무적 영역을 발견하게 해줬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새 통로를 열어줬다"며 "제가 다루려는 내용들을 보다 분명하게 정의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강조했다.

언어가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한편, 관객들에겐 내용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설명이다.

영국 올리비에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는 "무용계의 최첨단"(영국 텔레그래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동시대 무용계를 대표하는 안무가로 자리매김 했다. 그는 오는 6월 자신이 이끄는 '키드 피봇(Kidd Pivot)'과 함께 한국에 첫 방문한다.

이번 내한작 '어셈블리 홀'은 지난해 올리비에상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수상한 최신작으로, 파이트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공연의 제목이자 배경인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은 북미 지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마을회관을 의미한다. 캐나다 출신인 파이트에게 이곳은 어린 시절 학예회와 동호회 모임, 친선 경기가 열리던 향수 어린 공간이자, 평범한 이웃들의 삶이 교차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소다. 오랜 기간 중세 재현 축제를 열어온 '자애와 보호의 기사단', 즉 '중세 오타쿠 클럽'은 이곳 '어셈블리 홀'에서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회원 수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정 적자 속에서, 클럽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어 암담한 현실과 재현된 중세가 충돌하는 기묘한 풍경을 통해 오늘날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는다.

[서울=뉴시스] '어셈블리 홀' 공연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 '어셈블리 홀' 공연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아울러 파이트는 이번 신작을 "움직임을 통해 생명을 부여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인형 조종술사가 무생물에 숨을 불어넣듯, 인형과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 모두가 협력하고 호흡하는 춤을 통해 창조의 신비를 구현합니다."

그는 특히 '서사'를 무용수의 몸짓으로 풀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움직임은 살아 있음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 요소"라면서 "어셈블리 홀이 던지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것은 단지 환상일 뿐인가?' '하나의 재현(re-enactment)에 불과한가?' 아니면 이러한 '생명을 부여하는 행위'가 어떤 깊은 진실에 닿아 있는가?'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저는 이것을 우리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시적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이 가장 좋은 상태로 존재할 때는 서로 협력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 있음과 의식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상상력의 행위이자, 창조와 영혼의 깃듦을 진지하게 재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굉장히 강렬하고 매혹적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된다"며 "창작 인생 전반에 걸쳐 여러 방식으로 계속 이 질문들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시스]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 (사진=LG아트센터 제공)

또한 '어셈블리 홀'에 대해 "공동체와 헌신이라는 이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며 되레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인간이 본래 지닌 불완전함과 혼란 속에서, 어떻게 공동체의 이상과 연대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또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연결과 일체감을 갈망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은데, 왜 이를 지속하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가'라는 그 질문 역시 이 작품이 탐구하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한편 파이트는 지난 2020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6년 만에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나게 되는 파이트는 "드디어 한국에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안도감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며 "사람들이 하나의 시간과 공간 안에 함께 모여 진지하게 예술 작품을 경험한다는 것이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셈블리 홀'은 오는 6월 5~7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 무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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