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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우정 작곡가 "지구 '마지막 눈사람' 됐다고 상상해보세요"

등록 2022.08.12 06:00:00수정 2022.08.12 06: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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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립합창단 '마지막 눈사람' 30일 초연
최승호 시인 작품 기반…김희원 내레이션
뮤지컬 '광주'·오페라 '1945' 등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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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우정 작곡가.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2022.08.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빙하기 지구에 홀로 남은 마지막 눈사람이 있다. 다른 눈사람들은 모두 녹아 사라졌지만, 얼음으로 가득 찬 빙하기가 도래하며 그는 녹고 싶어도 녹을 수가 없다. 문명의 폐허 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절망과 고독, 허무가 한여름밤에 합창음악극으로 펼쳐진다.

국립합창단이 오는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지막 눈사람'을 초연한다. 뮤지컬 '광주', 오페라 '1945', 음악극 '적로'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해온 작곡가 최우정이 작곡했다.

11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까지 합창이 주로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 '마지막 눈사람'은 배우의 대사도 있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을 중심으로 그려낸다. 이 시는 텅 빈 욕조에 누워 최후를 고민하는 눈사람이 뜨거운 물과 찬물 중 무엇을 틀지 고민하고, 녹아 사라진다면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작곡가는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 감정이 말로 설명이 잘 안됐고, 그래서 더 좋았다. 음악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시를 기반으로 최 시인이 자신의 작품 속 눈과 눈사람에 관련된 단상을 엮어 '마지막 눈사람'을 만들었다. 연말께 출판도 예정하고 있다. 최 작곡가는 "짧은 우화 같은 이야기다. 기승전결 구조는 아니고 시적, 영화적인 면이 섞여 다층적으로 진행된다"며 "'마지막 눈사람' 제목도 최승호 선생님이 지었다. 작품 자체가 새롭다. 그에 맞는 새로운 음악 형식을 찾아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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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우정 작곡가.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2022.08.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을 보며 스스로 마지막 눈사람이면 어떨까 상상해보세요. 마지막 눈사람이 혼자 있거든요. 혼자일 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걸 알게 되죠. 집단 속에 개인이 무시당하는 일도 많이 일어나잖아요. 자연이나 인간, 모든 존재 하나하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우리에게 놓인 문제를 해결해가자는 얘기로 해석했어요."

지난해 국립합창단 위촉으로 짧은 곡을 하나 쓰고, 20대 때 합창곡 편곡도 했지만 본격적인 합창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악은 트럼펫, 트롬본, 튜바 등 금관 7중주를 핵심으로 한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관악기는 옛날부터 제사나 제례 등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했어요. 마지막 눈사람이 멸망한 지구에 홀로 남아 일종의 제례를 거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제 상상력과 맞아떨어졌죠. 합창극인 만큼 언어의 리듬이나 느낌, 강약, 억양, 색깔 등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고 연극적인 대사와 대립하거나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었죠."

영화 '아저씨'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눈도장을 찍고 tvN 예능 '바퀴달린 집'에서 소탈한 모습으로 인기를 끈 배우 김희원이 내레이션으로 무대에 직접 오른다. 최 작곡가와 김희원은 1994년 동숭아트센터에 우리극연구소가 생겼을 당시 인연을 맺었고, 연극 '허재비 놀이' 등도 함께했다. 이후 작품을 함께하는 건 거의 30여년 만이다. 최 작곡가가 김희원을 직접 섭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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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김희원.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2022.08.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희원은 마지막 눈사람이 되어 대사를 읊고, 합창단은 그의 기억 속 사라져버린 눈사람들이 되어 노래한다. "모든 연기는 대사 읽기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연기죠. 가장 기본적인 상태이지만, 더 쉽지 않아요. 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눈사람과 똑같죠. 김희원 배우는 무용을 하다가 연극계에 들어왔는데, 워낙 연기를 잘하고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상당하죠."

우리극연구소, 연희단 거리패 등 극단과 오래 음악 작업을 해온 경험은 그가 현재 경계 없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원천이 됐다. 서울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작곡과 음악이론을 공부한 최 작곡가는 유학을 중단하고 극단과의 작업을 택한 게 결정적인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덕분에 지금 여러 예술가와 다양한 작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거죠. 제자들이나 작곡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극단이나 무용단, 밴드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쳐보라고 말해요. 작곡이 아니라 음악을 하라고 하죠. 그러면 나중에 여러 장르의 작품을 할 수 있죠."

아직 못다한 장르로는 영화와 OTT를 꼽았다. "옛날부터 영화음악을 정말 좋아했다. 음악을 들으면 장면들이 펼쳐지고, 상상력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빨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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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우정 작곡가.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2022.08.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부지런히 기록하는 습관은 작곡의 영감이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는 그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 스쳐 가는 이들의 말도 주의 깊게 들으면 연극, 드라마 대사와 같고, 움직임도 연기와 같다.

"주변에 엄청나게 다양한 소리가 떠다니고 있어요. 어떤 작품을 위해 영감을 특별히 받진 않지만, 부지런히 기록하고 녹음한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록하는데,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들춰보면 신선하게 다가와요. 보이지 않는 재산을 쌓아가고 있죠."

현재 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작곡이 규칙적인 운동이 되는 게 늘 목표"라고 했다. 학생들에게도 강조하는 말이다. "음악은 스포츠와 같아요. 음악도, 운동도,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시간에 계속 연습하잖아요. 저도 지금도 매일 작곡하고 있어요. 그렇게 계속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발견할 때가 가장 기쁘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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