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위대한 애국학자 박병선, 못 다 이룬 꿈

우리 문화유산 수호에 평생을 바친 박 박사는 22일 밤 10시40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시내 15구 잔 가르니에 병원에서 별세했다.
고인은 작년 1월 경기 수원 성빈센트 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고 요양한 뒤 다시 파리로 가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 제2편을 집필해 왔다. 6월에는 외규장각 귀환 환영행사 참석차 서울로 와 한국독립운동사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 사료에 근거한 병인양요 연구결과물을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에 담아내려했다. 병인양요 당시 조선 공격을 지휘한 프랑스 해군 로즈 제독이 프랑스 해군부에 보고한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며 심혈을 기울여왔다.
고인은 근대사 연구를 지속하면서 올해 병인양요 연구를 정리하고 출판할 예정이었다. 하반기 약 3개월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책으로 낸다는 계획이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도 연구 편의를 위해 연구실·숙소 이용 등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박 박사는 세상을 떠났고, 출간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고인의 측근은 23일 "원래 10월께 번역판 원고를 들고 한국을 찾아 연구를 마무리하려 했다"고 전했다.
박 박사는 프랑스 내 한국인들의 독립운동사를 사료집으로 펴낼 준비도 했으나 이 또한 미완으로 남게 됐다. 앞서 고인은 조선말 프랑스에 온 사절들의 외교문서와 1900년 만국박람회 고문서를 발굴, 정리해 '프랑스소재 한국독립운동자료집I'(2006)을 출간했다. 2년 뒤에는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Ⅰ'을 냈다. 후속 연구결과 마무리와 김규식 박사 일행의 파리 독립운동을 기리는 파리독립기념관 건립을 바라며 연구에 매달려왔다.
고인은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임을 증명하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도록 했다. '직지대모'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외규장각 도서와 달리 직지 반환은 쉽지 않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은 "약탈이 아닌 콜랭 드 플랑시 프랑스 대사가 한불수호통상조약 이후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수집해 간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반환 요청이 어렵다"고 밝혔다. "일시 대여형태로 국내에 돌아오는 것은 소장처인 프랑스국립도서관과 협의해야겠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고인은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1972년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사서로 일하면서 독일의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0여년 앞선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했다. 그해 파리 '책의 역사 종합전람회'에 '직지'를 출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그 결과 '직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류문화사에 끼친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하권 1책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청주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것 외에 또 다른 판본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직지찾기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박물관은 "이달초 프랑스로 문병을 갔는데, 말씀을 못하는 상태였다. 다행히 얼굴은 알아봤는데 마지막 병문안이었던 것 같다. 유족들이 편안하게 임종했다고 말했다. 끝까지 병인양요 연구결과를 담은 책 출판에 강한 집착을 보였고 마무리 짓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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