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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실손보험 강제전환 논란…재매입 인센티브가 관건

등록 2025.01.13 14: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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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변경 불가능 1·2세대 가입자 1582만건…전체의 44%

자부담 낮고 보장 범위 거의 무제한…"갈아탈 유인 없어"

"계약 재매입시 어느 정도의 매입가 제시할지가 핵심"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외래 창구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2024.03.2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외래 창구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2024.03.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정부의 실손의료보험 개혁안이 공개된 가운데 초기 실손보험인 1·2세대 상품의 계약 재매입 등을 통한 5세대 전환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전체 실손보험의 44%를 차지하는 1세대와 초기 2세대 가입자를 그대로 둘 경우 실손보험 개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초기 실손보다 불리한 5세대로의 전환에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실손보험 개혁방안에서 현행 실손보험에 비해 혜택이 크고 갱신이 필요치 않아 보험금 누수 원인으로 꼽혔던 1·2세대 상품 가입자에 대해 계약 재매입을 통해 5세대로의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에 따라 ▲1세대 구실손(2009년 9월까지 판매) ▲2세대 표준화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3세대 신실손(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 ▲4세대 실손(2021년 7월1일부터 판매)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5000원에 불과하고 2세대도 10~20% 수준에 그친다. 급여 10%(선택형 20%), 비급여 20%(특약 30%)인 3세대와 급여 20%, 비급여 30%인 4세대에 비해 자기부담이 크게 낮다.

특히 1세대 상품과 2013년말까지 팔린 초기 2세대 상품은 재가입 주기가 없어 계약 만기(100세)까지 약관변경이 불가능하다. 2013년 이전 가입자가 보험료를 감당하면서 1·2세대 실손보험을 계속 보유한다면 보험사는 이들 계약에 대한 보장 내용과 범위를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1세대 실손보험은 654만건, 2013년말까지 팔린 초기 2세대 실손보험은 928만건이다. 약관변경이 불가능한 초기 실손 가입자가 1582만건에 달하는 셈인데 이는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44%에 해당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했다.

금융당국은 약관변경이 불가능한 1·2세대 초기 가입자들이 개혁의 예외가 될 경우 실손보험의 근본적 개선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계약 재매입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사가 1·2세대 가입자에게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보상금)를 주고 계약을 해지시킨 뒤 5세대에 재가입토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을 통해 얼마나 많은 실손 갈아타기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2세대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낮고 보장 범위가 거의 무제한에 달하는 반면 재가입 주기는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3세대 이후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유인이 적다.

앞서 정부는 4세대 실손보험이 나왔을 때도 1~3세대 가입자들이 옮겨탈 경우 보험료를 1년간 50% 할인해 주는 혜택을 제공하며 전환을 유도한 바 있는데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5.01.0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5.01.09. [email protected]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상금을 주고 계약을 해지시키는 방식은 4세대 출시 때 보험료 50% 할인보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이미 1·2세대 실손이 가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4세대보다도 보장 수준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5세대로 자발적으로 갈아탈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1·2세대 가입자가 만족할 만한 보상금이 제공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도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어느 정도 수준의 매입가를 제시하느냐가 계약 재매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함께 매입단가 산출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1·2세대 가입자들의 높은 전환율을 유도할 만한 금액과 보험사의 실적 부담을 최소화할 만한 금액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작업인 만큼 결과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계약 재매입 만으로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갈아타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약 재매입 효과를 평가한 뒤 필요시 법 개정을 통해 초기 실손보험에도 약관변경 조항을 넣어 사실상의 강제전환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1·2세대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법 개정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렵게 법을 개정하더라도 가입자 소송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재계약 없는 1·2세대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현재의 보장이 축소된 실손으로 갈아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2세대 가입자들은 이미 중증질환으로 보장을 받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보장을 어떻게 축소하겠냐"며 "당연히 소송으로 가고 위헌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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