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두가 대머리가 된 세상…'돋아나다'
![[서울=뉴시스] 다카세 준코 '돋아나다'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6.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11/NISI20260611_0002158822_web.jpg?rnd=20260611165456)
[서울=뉴시스] 다카세 준코 '돋아나다'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6.06.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전부 다 대머리가 돼버렸으면 좋겠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올도 남김없이."(36쪽)
2019년 데뷔한 일본 작가 다카세 준코의 소설 '돋아나다'(문학동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직장이나 가정의 고민, 인간관계처럼 보편적 재료에 독특한 상상력을 더해온 작가가 신작에서는 탈모 전염병으로 모든 성인이 대머리가 된 사회를 무대로 삼는다.
대머리가 되자 누군가는 집안에 틀어박히고 어떤 이는 비관에 빠진다. 미용과 패션 업계는 줄도산하고,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요구한다. 심지어 머리가 빠지지 않은 사람을 폭행하는 등 사회는 공황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외출을 꺼리고 재택근무를 요구하며, 미용·패션 산업은 위기를 맞는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공포와 혐오가 확산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적은 머리숱 때문에 열등감을 안고 살아온 주인공 마치카에게 이 세계는 오히려 해방에 가깝다. 모두가 같은 모습이 되면서 외모 비교와 평가에서 벗어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환호성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일곱 명의 멤버가 손을 흔들며 무대 옆으로 사라진다. 벗어진 머리에서 김이 솟아오르는 게 보였다. 마치카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117쪽)
마치카는 평등해진것 같은 사회에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과거 겪었던 굴욕적 경험과 감정에 사로잡힌다.
"추녀, 뚱보, 땅딸보처럼 진부하면서도 직설적으로 남을 비하하는 단어들은 대머리 외에도 아무렇지 않게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오직 대머리만이, 언제까지고 남에게 당당히 겨눠도 되는 칼날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101쪽)
소설은 '평등한 외형'이 곧 '평등한 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두가 대머리가 돼도 또 다른 비교와 우월의식은 저마다의 굴레가 된다. 문제는 머리카락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머리는 빠져도 성격은 그대로라서다.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 하나로 이렇게나 고달파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우습지만, 우스워지지 않으면서 누구와 관계를 맺는 법 또한 알지 못했다."(163쪽)
심지어 마치카에게는 검정 머리카락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했지만, 점차 자라나는 머리에 걱정이 깊어진다. 결국 불행과 당당함을 지나 행복이 그리워진다.
"마치카는 그 말을 되뇐다. 평등. 그래요, 평등. 평등하지 않으면 안 되지. 곤란하죠, 곤란해요, 곤란해……"(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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