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윤 소식, 유튜브로만 봐"…반탄집회 확증편향 우려

등록 2025.01.16 12:32:54수정 2025.01.16 18:22:0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지지층 "언론 왜곡되고 尹도 보기에 유튜브 믿는다"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좋아요·조회수 급등…댓글 선전도

전문가 "확증편향 나타날 수 있어…팩트 정밀 검증해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1.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우리는 요즘 뉴스 안 봐요, 믿을 수가 없으니까. 대신에 유튜브로 대통령님 관련 소식을 접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된 전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부근. 이곳에 모인 보수 지지층들이 손에 쥔 휴대전화 속 화면에는 '탄핵 무효' '계엄 정당' 등의 자막과 발언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들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건 신문·방송 뉴스가 아닌 이른바 '보수 유튜브'다.

보수 지지자들이 신문·방송 뉴스가 아닌 유튜브에 빠져들고 맹신하기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이후 뉴시스가 만난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기존 미디어가 편향돼 믿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일 한남동 루터교회 쪽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는 윤모(66)씨는 "집회에 나선 이들이 훨씬 적어보이게 화면을 내보내는 등 언론을 믿을 수가 없다"며 "신남성연대 등 유튜브만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모씨도 "부정 선거에 대한 정황이 드러났는데 언론이 하나도 다루지 않았다"며 "계엄이 정당하다고 생각해 전광훈TV만 보고 방송 뉴스는 안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보는 이들과 함께 체포를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왜곡돼…尹도 유튜브 봐" 보수 유튜브 활황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도로에서 철야집회를 하는 지지자들에게 직접 서명한 새해인사 및 감사인사글을 전했다. 2025.01.0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도로에서 철야집회를 하는 지지자들에게 직접 서명한 새해인사 및 감사인사글을 전했다. 2025.01.01.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자 보수 '집토끼'는 윤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유튜브를 구심력으로 삼았다. 윤 대통령이 유튜브를 통해 바깥소식을 접한다는 점이 전해지면서다.

가령 윤 대통령은 1일 '보수 유튜브를 잘 보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달한 바 있다. 전날에는 관저를 방문한 한 정치인에게 '편향된 신문·방송 대신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조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보수 지지자들은 유튜브에 몰려들어 계엄·체포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이곳에서 나온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유튜브 채널 분석 플랫폼 '플레이보드'를 살펴본 결과, 보수 유튜브의 조회수·좋아요·슈퍼챗(현금 후원)은 계엄 사태 전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보수 채널 '성창경tv'는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조회수(3700만)·좋아요(450만)가 늘었던 데 비해 지난해 12월에는 전월 대비 조회수(9500만)·좋아요(1200만) 증가하며 2.5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한 주 동안에는 조회수(2900만)·좋아요(460만)를 보이는 등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보인 수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도 했다.

다른 보수 유튜브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지지자는 기사에 '좌표'를 찍고 내란을 선전하는 등 화력을 집중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신남성연대는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좌파들이 총력 댓글전을 하고 있으니 당장 텔레그램에 와달라'며 온라인 기사의 추천·비추천을 하고 내란을 선전하는 등 특정 여론을 부추기는 '좌표 찍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일부는 실제로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 "왜곡된 보도를 하지 말라"며 몸싸움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문가 "유튜브 맹신하면 확증편향 강화…내란 선전 막아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일각에서는 유튜브를 맹신할 경우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고 내란을 동조·선전하는 데 이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 시스템에 따라 채널 하나를 구독하고 영상을 보면 연관된 영상이 추천되는데, 이 까닭에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사실인 양 맹신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확증편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고 내란을 선전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수든 진보든 언론이 기울어진 보도를 한다고 느껴 유튜브로 몰려가지만 실상 더 극단화하고 편향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유튜브로는 팩트를 걸러내기가 어렵고 검증되지 않고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마구 내보낼 수 있는 점이 나타날 수 있다"며 "퍼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신념이 돼서 내란을 선전하는 데까지 이르는 행태는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파적 성향에 따라 듣고 싶은 목소리,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게 유튜브"라며 "무분별한 왜곡 보도를 일삼아 의도적으로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율 규제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지만 언론도 가짜뉴스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기에 팩트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