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남 이주민②]"네팔, 이리 와"…현장에선 이름도 없없다
'돈 주고 데려왔다' 소유물 취급…인권침해 노출
전남 이주여성 2명 중 1명은 배우자에게 폭력
통제·감시 일상…시부모 등 폭력 경험도 68.3%
사회에서 폭력 52%·언어폭력 68% 겪어 '다반사'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3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전남 나주 소재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어졌던 가혹행위가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다. (사진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2025.07.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23/NISI20250723_0001901117_web.jpg?rnd=20250723181532)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3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전남 나주 소재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어졌던 가혹행위가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다. (사진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2025.07.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안=뉴시스]박기웅 이현행 기자 = 전남 농어촌지역과 산업현장 곳곳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는 이미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돈을 들여 데려왔다'는 왜곡된 인식과 도움을 청할 곳 없는 취약한 존재라는 이유로 폭력과 편견에 노출되고 있다.
"돈 주고 데려왔다"…차별·폭력 일상
하지만 결혼 후 현실은 달랐다. 남편은 아예 딴 사람이 됐다. 술만 마시면 "여긴 한국이야, 네 나라 아니야"라며 겁박했다. 시부모도 아이 앞에서 베트남어를 쓰면 "너네 나라 말 쓰지 마. 애가 이상하게 배워"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A씨는 "내가 이 집 식구가 아닌 것 같다. 돈 주고 데려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점점 위축된다"고 털어놨다.
전남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국적 B씨는 첫 출근날 한국인 관리자가 자신의 출신 국가나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관리자는 그를 보자마자 "네팔! 야, 이리 와!"라며 작업을 지시했다.
이후 현장에선 욕설과 모욕이 일상이었다. 제품이 불량이 나면 반장들은 "외국인이라 머리가 나빠서 그래"라는 등 면박을 줬다. 구내식당에서 일부 한국인 동료는 이주노동자들을 피해 다른 테이블로 옮기며 "냄새 난다"고 대놓고 비웃는 일도 다반사였다.
B씨는 "점점 내가 사람이 아니라, 언제든 교체 가능한 부품처럼 느껴졌다. 같은 나라에서 온 동료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불릴 때 겨우 위안을 얻는다"고 토로했다.
폭력과 차별이 비극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지난 12월9일 보성군 벌교읍 한 주택에서 50대 남편이 말다툼을 벌이던 베트남 출신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나주에서는 지난해 2월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벽돌 더미에 묶은 채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영상이 퍼지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설 명절을 2주 가량 앞둔 24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강당에서 '다문화가족 설 체험 한마당'이 열린 가운데 결혼이주여성들이 차례상을 차려놓고 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18.01.24. [email protected]
이주여성 절반 가정폭력 경험…사회 폭력도 52.1%
지난 한해 상담 유형을 보면 가정폭력(488건)과 이혼(642건), 가족문제(107건), 부부갈등(67건) 등 가정 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았다. 이밖에 성폭력 46건, 데이트폭력 35건, 스토킹 31건 등 범죄에 노출된 사례도 상당했다.
실태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남이주여성상담소가 2020년 발표한 조사(전남 이주여성 403명 대상) 결과 지난 1년간 배우자로부터 신체적·정서적·경제적·성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49.9%에 달했다. 2명 중 1명 꼴이다.
폭력은 반드시 주먹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배우자로부터 '항상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는 응답(복수응답)이 52.3%에 달했다.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30.9%), '병원에 가려면 허락을 받게 했다'(30.6%) 등 통제와 감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폭력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42.4%는 폭력이 결혼 1년 미만에 시작됐다고 답했다. 결혼 1~5년 미만이 30.5%였다. 결혼이 안정의 출발이 아니라, 권력 관계가 굳어지는 시점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가정 폭력과 불화는 배우자에게서만 시작된 게 아니었다. 시부모 등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68.3%에 달했고, 학교나 직장 등 사회에서도 절반 이상인 52.1%가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62.5%는 언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혀 일상에서 차별이나 폭력이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폭력 조사에서 폭력을 당할 때 '그냥 있었다'(41.8%)는 이들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낯선 타국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남 한 이주여성상담사는 "일부 가정에서 '돈을 들여 결혼했다'는 왜곡된 인식이 남아 있다. 그 인식이 배우자를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며 "낯선 타국 생활 속 주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는 점도 이들에겐 큰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여성이든, 이주노동자든 한국 사회 안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폭력은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불균형 구조와 왜곡된 인식 속에서 시작돼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