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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농협·금감원·검찰 다 가짜"…1억원 피싱에 당했다

등록 2026.02.23 15: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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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앱 설치해 폰 통제…제주 경찰 수사

제주서 3년간 1000여건, 피해 300억 이상

[제주=뉴시스] 지난달 제주에서 1억2000여만원을 뜯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피해자에게 보낸 허위 공문서. (사진=피해자 제공) 2026.02.23.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지난달 제주에서 1억2000여만원을 뜯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피해자에게 보낸 허위 공문서. (사진=피해자 제공) 2026.02.23.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에서 기관 등을 사칭한 1억원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제주경찰청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급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 고소장을 제출 받아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피해자 A(40대)씨에 따르면 지난달 8일께 택배기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농협카드가 발급됐는데, 서울 소재 아파트에 사는 30대 아들이 엄마 대신 카드를 수령하려고 한다' '혹시나 해서 확인하고 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카드를 발급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택배기사는 '은행으로 연락해 명의를 도용당했다고 얘기해라' '전화번호를 알려줄테니 지금 카드신청 취소를 접수하라'고 하며 전화를 유도헀다.

A씨는 사기조직이 알려준 은행 연락처로 전화해 직원과 통했다. 하지만 이는 대기하고 있던 또다른 사기 조직원이었다.

은행 사칭 조직원은 '각종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A씨의 정보가 유출되고 악성앱 등이 발견됐다' '당장 은행 방문이 어려우니 원격조종을 통해 처리해주겠다'는 취지로 접근했다.

A씨는 원격조종 어플을 설치해 사기조직원과 연결했다. 해당 조직원은 A씨 휴대폰 조작 권한을 넘겨 받자 이내 악성앱을 설치했다.

그러면서 예금 보호 및 피해자 구제 신청을 명목으로 금융감독원 신고 접수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금융감독원도 거짓이었다.

A씨는 수상함을 느껴 금융감독원 대표 전화인 1332로 전화했으나 사기조직이 미리 설치한 악성앱에 의해 금감원이 아닌 보이스피싱 사기조직에게 연결됐다. 금감원을 사칭한 직원이 받아 응대한 것이다.

금감원을 사칭한 조직원은 A씨에게 자신의 명함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내 왔다. 이어 '은행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방지를 위한 보안유지 확약서'를 명목으로 현재 상황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겁박했다고 한다. 이어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연루돼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제한' 통보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 날인 1월9일께 1301이라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서울지방검찰청 대표 번호다. 실상은 악성앱으로 조작된 사칭 전화였다.

[제주=뉴시스] 지난달 제주에서 1억2000여만원을 뜯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피해자와 나눈 모바일채팅방.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사칭한 조직원들이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피해자 제공) 2026.02.23.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지난달 제주에서 1억2000여만원을 뜯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피해자와 나눈 모바일채팅방.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사칭한 조직원들이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피해자 제공) 2026.02.23. [email protected]

A씨는 자신을 김지웅 검사라고 소개한 사람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사기 조직원은 A씨에게 국제금융사기조직을 수사 중이고 차명계좌에서 200억대 불밥 자금 세탁이 이뤄져 316명에 대해 구속수사 및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으며 A씨도 공범으로 얽혀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은행 내 불법 돈세탁 직원이 있어 색출해야 한다. 당신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주변에 말하면 다른 사람들도 다칠 수 있다. 협조를 해야만 범죄 연루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로 겁박했다.

A씨는 결국 검사 사칭 조직원이 말하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금융거래가 정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송금이 이뤄지면 해당 은행에 불법 직원이 있는거라고 들었다.

그러면서 사칭 검사는 '수사가 끝나면 국가에서 입금을 해줄 것이니 행정계좌로 입금을 하라'고 유도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1월14일께 금융기관에서 8900만원을 대출 받고 사칭 검사가 알려준 계좌에 두 차례에 걸쳐 입금하고 말았다. 1주일 뒤 3500만원을 추가로 대출 받아 또다시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게 돈을 뜯은 사기 조직은 금새 자취를 감췄다. A씨는 그제서야 자신이 이용당했음을 깨닫고 경찰서를 찾았다고 한다.

A씨가 당한 피해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사기 사례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 내 보이스피싱 사건은 1055건으로 매년 300건을 넘어서고 있다. 피해액은 388억에 달한다.

A씨는 "현재까지 가슴이 답답하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휴대폰 악성앱이 설치된 줄도 몰랐다. 금감원이든 검찰이든 전화를 하면 다 사기 조직에게 연결됐는데 그 당시에는 그게 진짜인줄 알았다"며 "이러한 피해가 많을 것 같아 다른 분들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알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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