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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앱기록까지 본다…글로벌 '대안신용평가' 실험 확산[끊어진 금융사다리③]

등록 2026.05.1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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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등 대안신용평가 활용 확대

연체율 상승·규제 한계에 실패 사례도

"기술 혁신과 제도적 기반 마련돼야"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 신용평가체계 개편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4.09.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 신용평가체계 개편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4.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금융권이 기존 신용점수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대안신용평가' 도입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청년·프리랜서·소상공인 등 이른바 '씬파일러(Thin Filer)'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지만, 연체율 상승과 규제 불확실성 등 현실적인 제약도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권과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업계는 최근 통신비 납부 이력과 플랫폼 거래정보, 모바일 앱 사용 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대표적인 개인신용평가 체계인 'FICO' 점수를 중심으로 금융 접근성이 결정되는 구조다. 다만 최근에는 임대료와 공과금, 통신비 납부 내역 등을 반영한 대안신용평가 활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신용평가사 엑스페리안(Experian)은 은행 계좌 정보와 공과금·통신비·임대료 납부 이력 등을 AI 기반 평가모델에 반영했고, 미국 핀테크 기업 탈라(Tala)는 스마트폰 앱 이용 내역과 위치 정보, 기기 사용 패턴 등을 분석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신흥국 고객 대상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에서는 금융기관에서 여러 신용평가 기관의 점수를 제공받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구조가 마련됐다. 통신 기록과 디지털 발자국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영국 디지털은행 조파(Zopa)는 자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프리랜서·소상공인 고객별 대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기업 에어(Aire)는 머신러닝을 통해 청년과 소상공인 등의 성격과 능력을 점수화해 신용위험을 측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단일 신용점수 중심 체계보다는 CIC 등 신용정보기관이 축적한 거래·상환 정보를 금융기관이 자체 심사에 활용하는 구조가 발달했다. 단순 점수보다 실제 거래 흐름과 상환 이력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안신용평가 도입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통신 데이터와 플랫폼 거래정보, 공공요금 납부 기록, 온라인 리뷰 정보 등을 활용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층의 대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제 금융시장에서의 활용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 노바크레딧 조사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90% 이상이 대안데이터가 승인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지만, 실제 정규 여신심사 모델에 이를 통합해 사용하는 곳은 43%에 그쳤다.

실패 사례도 다수 나타났다. 미국 핀테크 업체 렌드업(LendUp)은 저신용자 신용 개선 프로그램을 내세웠지만 연체율 상승 이후 불법 수수료와 고금리 논란이 불거지며 사업을 철수했다.

독일 디지털금융사 크레디테크(Kreditech) 역시 비금융 데이터 기반 대출 확대에 나섰다가 대출 회수 실패와 법적 문제 등으로 파산 절차를 밟았다.

국내 금융권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과정에서 연체율 상승 부담과 개인정보 활용 규제, 데이터 표준화 부족 등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안신용평가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 뿐만 아니라 제도적 기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데이터 신뢰성 검증 체계와 소비자 보호 장치,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 확보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윤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혁신적인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부족할 경우 실질적 활용이 어려워진다"며 "급속한 확산보다는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대안신용평가가 진정한 의미에서 포용성 확대와 정확한 리스크 측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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