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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확보' 입법 추진…'워라밸 정책'도 관건[늘봄 두달③]

등록 2023.05.07 08:00:00수정 2023.05.07 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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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전담 인력 0명…"비교과 등 검토"

돌봄교사? 돌봄사?…"처우 형평성 신중해야"

정서발달에 부모와 시간 중요…"역주행 정책"

[서울=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9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 과정에 참관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3.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9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 과정에 참관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3.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시범 운영 두 달 째를 맞은 초등 늘봄학교 정책의 성패는 '인력'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많다.

늘봄학교는 수요가 있는 초등학생은 누구라도 아침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주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누가 돌보는지'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늘봄학교 전담 인력 확보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발표한 설명자료를 통해 올 하반기 중 '늘봄학교 지원법' 등 법적 근거를 마련, 전담 인력 배치 등 제도 개선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일 늘봄학교 시범학교인 대전 원앙초등학교를 방문해 "언제까지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만 활용할 수 없다"며 "교과교사 외에 비교과, 늘봄학교에 필요한 인력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구체화된 방향성을 밝혔다.

교육부가 이처럼 늘봄학교 전담 인력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지난 두 달 간 시범 운영된 늘봄학교가 비정규 인력만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좋은교사운동이 지난 1일 늘봄학교 시범 운영 중인 5개 시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214개 늘봄 시범학교에 추가 지원된 돌봄전담사는 '0명'이었다. 자원봉사자 138명, 한시적 기간제 교원 94명, 비정규직 행정인력 35명 등이 투입됐을 뿐이었다.

이에 보건·사서·영양 교사 등 비교과 영역에서 늘봄학교를 전담하는 인력도 뽑겠다는 것이 교육부 구상인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늘봄학교 전담인력을 교사와 같은 교육공무원으로 할지, 돌봄전담사 등과 같은 교육공무직원으로 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늘봄학교는 돌봄 시간대가 흩어져 있어) 아마 파트타임 교사를 쓸 텐데, 그 직군이 '교사'라는 타이틀을 가졌을 때 처우의 형평성이나 고용의 안정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돌봄 교사로 갈 건지, 영양사처럼 돌봄사로 갈 건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민주노총이 지난 3월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과 관련 "한주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면 사용자가 5일 연속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일을 시켜도 문제되지 않는다"며 "사용자와 부자들을 위해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개악이며 '과로사 조장법'에 불과하다"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2023.03.09.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민주노총이 지난 3월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과 관련 "한주 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면 사용자가 5일 연속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일을 시켜도 문제되지 않는다"며 "사용자와 부자들을 위해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개악이며 '과로사 조장법'에 불과하다"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인력 문제가 늘봄학교 '운영'의 성패를 쥐고 있다면, 정책 효과 면에서는 초등학생 학부모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근로시간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늘봄학교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어린 아이들일수록 학교에 있는 것보다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초등학교 4~6학년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45.8%가 가장 행복했던 때로 '부모님과 놀러갔을 때'를 꼽기도 했다.

아동복지 전문가인 노혜련 숭실대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인 정서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며 "단순히 아이를 어른의 눈 밑에 두는 것은 보호지 돌봄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도록 직장 문화와 근로시간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라고 하는 덴마크에서는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오후 3시에 퇴근한다"며 "우리나라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부모가 더 일하도록 만들고 거기에 돌봄을 확대하면서 아이들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붙잡아두는 것은 역주행"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늘봄학교 추진방안 발표 후 사회부총리 부처로서 '가정 돌봄과의 균형'을 위한 보완책을 묻자 "지난해 12월부터 '아동 돌봄 친화적 근로여건 조성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모들이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면 아동 중심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을까란 아이디어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달까지는 연구가 정리될 것 같다.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부 제도가 아니다 보니 고용노동부와 얘기를 해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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