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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잠잠하던 일본 국채 시장 급활황

등록 2026.02.19 10: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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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총리 세금 감면 공약에

'부채 함정' 빠질 수 있다 경고 속

급변 큰 수익 노리는 거래 급증

[서울=뉴시스]일본 채권 수익률이 최근 급등하면서 20년 만에 거래가 활황이다. (출처=일본 채권거래소 운영자 IG 홈페이지) 2026.2.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일본 채권 수익률이 최근 급등하면서 20년 만에 거래가 활황이다. (출처=일본 채권거래소 운영자 IG 홈페이지) 2026.2.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20년 동안 침체돼 있던 일본 국채 거래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세금 감면 공약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출 금리가 제로인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본정부채권 수익률도 정체 상태였다.

몇 해 지나면 수익률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믿고 투자한 소수 역발상 투자자들은 너무나 큰 손실을 입었고 이들의 거래에는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일본 정부 채권이 시장에서 단 1장도 거래되지 않는 날이 종종 있었다.

그런 날들이 갑작스럽게 끝났다.

사나에 총리가 세금을 감면하겠다고 공약하자 9조 달러(약 1경 215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부채를 일본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단 한 번의 거래 세션에서 0.2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일일 변동폭을 0.01% 포인트 단위로 표시하는 채권 시장에서는 엄청난 상승폭이다.

이에 놀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글로벌 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에 시장을 안심시켜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 채권 수익률은 지난주 자민당의 압승한 뒤 다시 뛰었다. 시장이 사나에 총리의 정부 지출 증가 공약을 일본 유권자들이  승인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국채 수익률 급등은 일본 경제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다.

경제학자들은 수익률이 계속 오르면 일본이 이자 비용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해 이자를 갚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는 ‘부채 함정’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지만 일본 국채 거래자들은 수십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열기에 들떠 있다.

20년 정체기 동안 외면당하던 60대 이상의 채권 거래 전문가들이 다시 각광을 받는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일본 정부 채권 수익률은 일본 경제 전반의 변동과 함께 급격히 변화했다.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1989년 4%에서 1990년 8%로 두 배가 되었다가 1992년까지 다시 5%로 떨어졌다.

급격한 변동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1985년에 도입된 일본 채권 선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됐다.

당시 골드만삭스나 살로몬 브라더스 등 일본에 진출하려는 미 금융기관들이 일본 채권 전문가들을 수백만 달러를 주며 특채하려 혈안이 됐다.

전직 국채 거래자인 쿠보타 씨는 최근의 수익률 급변이 “지난 20년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일 수 있지만 옛날을 아는 사람들로선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국채 시장은 자산 거품 붕괴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를 지나면서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0%로 낮추자 마비됐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10년 만기 수익률이 2003년 사상 최저치인 0.5% 미만을 기록했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금리를 0% 가까이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이 이어진 20년 동안 수익률도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2016년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기까지 했다. 채권 보유자들이 이자를 받기는커녕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일평균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한때 정부 채권의 가장 공격적인 거래자였던 일본 현지 은행들은 채권 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했고 외국 금융기관들도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한때 인기가 높았던 일본 채권 거래 전문가들도 은퇴해야 했다.

정체 상태는 2024년까지 지속되다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촉발돼 일본 은행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채권 수익률도 올랐다.

채권 수익률은 사나에 총리가 연간 3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을 발표한 지난 19일 급등했고 다음날 4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일부에선 일본 채권 수익률이 갈수록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정부의 부채 비용이 더 늘어나면서 채권 발행이 늘면서 수익률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처럼 변동성이 커지면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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