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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돈 쏟는 빅테크, 직원부터 잘랐다…美 기술직 해고 10만8000명

등록 2026.05.19 1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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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아마존 등 AI 투자 확대 속 감원 지속…작년 전체 규모 근접

해고자들 “AI 면접까지 봤다”…수십 차례 면접에도 재취업 난항

【뉴욕(미국)=뉴시스】김종민 기자 = 뉴욕이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 IT산업, 스타트업의 산실로 떠오르며 실리콘밸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구글 뉴욕 사무실이 자리잡은 뉴욕 맨해튼 서쪽 플레타이런 구역과 트라이베카 지역, 브루클린 다리 건너편 등 IT 기업이 밀집한 지역을 일컫는 '실리콘앨리(alley·골목)'라는 말은 더이상 신조어가 아닐 정도다. 사진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 시내 전경.jmkim@newsis.com

【뉴욕(미국)=뉴시스】김종민 기자 =  뉴욕이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 IT산업, 스타트업의 산실로 떠오르며 실리콘밸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구글 뉴욕 사무실이 자리잡은 뉴욕 맨해튼 서쪽 플레타이런 구역과 트라이베카 지역, 브루클린 다리 건너편 등 IT 기업이 밀집한 지역을 일컫는 '실리콘앨리(alley·골목)'라는 말은 더이상 신조어가 아닐 정도다. 사진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 시내 전경[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국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에 돈을 쏟아붓는 사이, 정작 기술업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올해 미국 기술업계 해고자가 10만8000명을 넘어서면서, 해고자들은 치열한 재취업 경쟁과 AI 면접, 경력 단절 불안에 동시에 내몰리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8일(현지시간) 미국 기술업계 해고자들이 AI 투자 확대와 고용 축소가 맞물린 시장에서 치열한 재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유명 기술기업 임원으로 일했던 줄리아는 지난 4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회사에서 업무 성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자신이 해고 대상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해고 이후 한동안 침대에서 일어나기 어려웠고, 직장과 일상, 동료 공동체가 자신의 자신감과 정서적 안정에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줄리아는 퇴직금을 받았고 회사 내 다른 직무에 다시 지원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러나 회사 주가 하락과 AI 투자 압박 속에서 새 자리를 얻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는 곧바로 구직에 뛰어들었고, 비슷한 처지의 여성 기술직들과 ‘링크드인 지옥’이라는 이름의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미국 기술업계 해고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fyi에 따르면 올해 해고된 기술직은 10만8000명을 넘었다. 시스코, 링크드인, 페이팔, 메타, 아마존 등 주요 기업도 감원 명단에 포함됐다. 올해가 절반가량 지난 시점에서 이미 지난해 전체 해고 규모인 12만4281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레이오프스.fyi를 만든 기술기업가 로저 리는 AI가 실제로 해고된 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했다는 증거는 아직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메타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AI 투자에 막대한 돈을 쓰면서 다른 비용을 줄여야 했고, 그 결과 해고를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고자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AI가 진행하는 면접, 수십 차례의 탈락, 빠르게 바뀌는 기술 기준 속에서 다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지난해 문을 연 구글 새 사옥 '베이뷰 캠퍼스' (사진=X(엑스) 갈무리) 2023.08.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지난해 문을 연 구글 새 사옥 '베이뷰 캠퍼스' (사진=X(엑스) 갈무리) 2023.08.07 *재판매 및 DB 금지

산타클라라에 사는 조너선 데노는 포천 500대 핀테크 기업에서 10년 넘게 소프트웨어 테스트 분석가로 일하다 지난 1월 해고됐다. 그는 퇴직금과 실업급여로 버티며 구직과 기술 재교육에 시간을 나눠 썼고, 현재는 애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빠르게 새 자리를 찾는 것은 아니다. 버지니아주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어소시에이트 제시카 브라이언트는 지난해 9월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에서 해고된 뒤 수백 곳에 지원했지만 아직 확실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는 AI가 진행하는 면접을 봤고, 실직이 길어질 경우 어린 딸의 보육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고위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AI 프로젝트를 맡았던 유명 IT기업에서 해고된 뒤 메타, 링크드인, 아마존 등 대형 기업에 지원하며 50차례 넘게 면접을 봤다. 결국 그는 이전 연봉의 3분의 1도 안 되는 보수를 받는 스타트업 일자리를 받아들였고,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앞으로 얼마나 더 업계에 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고자들은 고립감을 견디기 위해 서로를 찾고 있다. 구글 광고 영업 부문에서 일하다 해고된 바셈 이스탄불리는 지난해 12월 ‘언(PTO)’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해고된 기술직들이 함께 걷고 정보를 나누는 지역 공동체로 커졌고, 베이 지역 산행에는 90명 넘게 참여하기도 한다.

인디펜던트는 기술업계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이 일시적인 감원 공포에 그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AI 기업들이 증시 상승을 이끄는 사이, 그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온 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일자리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 줄리아는 지금의 해고가 미래 노동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엔지니어와 마케터, 영업직까지 언젠가 AI에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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