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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지신탁 회피 '주식파킹' 차단…공직자 주식 '매수인 신고' 의무화

등록 2025.02.16 07:00:00수정 2025.02.16 16: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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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파킹' 방지…보유주식 매각 시 '매수인과의 관계' 공개

공직자가 허위로 매수인 신고하면 과태료 부과 등 제재

백지신탁 불복 소송 중 직무 관여 금지하는 규정 명문화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2023년 8월3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주식백지신탁제 관련 인사혁신처의 허술한 직무관련성 심사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8.03. hwang@newsis.com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2023년 8월3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주식백지신탁제 관련 인사혁신처의 허술한 직무관련성 심사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8.03. [email protected]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인사혁신처가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제도 수술에 나선다. 공직자가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대신 매각할 경우 사들이는 사람이 누군지 신고하게 하고, 공직자가 불복 심판·소송 중일 때에는 직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일부 공직자들이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소송·심판을 악용하고 제3자에 주식을 소위 '파킹'해두는 사례가 잇따르자 개선책을 강구한 것이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주식백지신탁 제도 개선 계획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공직자가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주식의 관리, 처분 권한을 맡기도록 하는 것이 제도다. 공직자가 보유한 주식과 그가 담당하는 직무 사이에 발생하는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공직자들이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불복 소송으로 시간을 끌거나 주식을 꼼수로 매각하는 식으로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해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은 그가 설립한 엔지니어링 업체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인사처와 법원 결정이 나오자 구청장직을 사퇴했다.

그에 앞서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시누이에 '주식 파킹(친밀한 제3자에 주식을 잠시 맡겨두는 것)'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후보자는 지난 2013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고 백지신탁 결정을 통보 받은 뒤 자신이 창업한 회사 위키트리(소셜뉴스)의 본인 지분을 공동창업자에게, 남편 지분 일부는 시누이에게 팔았다. 이후 그는 2018~2019년 이 주식을 다시 취득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공직자윤리법상 시누이는 주식 백지신탁 대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지 않으나,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 전 후보자의 주식을 누가 매수했는지는 2013년 청와대 대변인 근무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10년 뒤 그가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고 청문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현재 정부 관보에 공고되는 고위공직자들의 주식 매각 사항에는 매각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개인'으로만 기재하도록 돼있어 누구에게 주식을 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김 전 후보자는 적자였던 회사의 주식을 시누이가 대신 떠안아 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자진 사퇴했다.

다만 김 전 후보자 측은 뉴시스에 "제3자 '주식 파킹'이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후보자 측은 "주식을 다시 사들였을 당시에는 회사가 매물로 나온 지 오래된 상태였고, 주주들이 폐업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해 전 직원, 공동창업자, 가족 등의 주식을 합쳐 98% 가량을 인수한 것이었다. 그 안에 시누이 주식이 소량 포함됐던 것"이라며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배임 혐의로 고발해 조사를 받았으나 불송치 결론이 났다"고 했다. 

 인사처는 제3자 '주식 파킹'을 막기 위해 공직자가 주식을 매각할 경우 매수인을 신고하게 하고, 매수인과의 관계를 관보에 게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공직자가 백지신탁하지 않고 주식을 매각할 경우 누구에게 파는지 알 수 없으나, 앞으로는 매수인이 누군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사처는 공직자가 만약 허위로 매수인을 신고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사처는 공직자가 주식 백지신탁 불복 소송 중에는 관련 직무 관여를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위반 사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지난달 인사처가 발표한 2025년 업무추진 계획에도 담긴 내용이다.

불복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공직자의 백지신탁 의무 집행이 정지되는데, 이를 악용해 공직자가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직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공직자들이 불복 심판과 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한다.

인사처에 따르면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심판 건수는 최근 6년 간 상급심 소송을 포함해 총 27건이다. 2019년 5건, 2020년 1건, 2021년 1건, 2022년 3건, 2023년 10건, 2024년 상반기 기준 7건이다. 

행정소송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6.9개월로 나타났다. 짧게는 1개월이 걸린 경우도 있었지만, 길게는 12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문 전 구로구청장의 경우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됐으나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다 작년 2심에서 패하자 아예 '사퇴'를 택했다.

인사처는 주식백지신탁 제도 개선을 위해 연구용역을 수행했는데, 용역 보고서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공직자의) 업무처리 내역, 보유 주식과의 관련성 등을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주기적으로 보고 하는 등 관리 강화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인사처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부남 의원은 "공직자의 공적 의무와 사적 이익 간 충돌 방지라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되지 않도록 인사처가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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