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름반도 러 합병 인정은 우크라에서 정치적 자살"-NYT
우크라 동부 전선 현 위치 동결엔 오히려 찬성
대신 NATO 가입 등 러 재 침공 방지 대책 요구
트럼프 모두 거부…"전쟁 중단이 러 양보"라고 포장
![[크름반도=AP/뉴시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023년 7월17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 중간이 폭발로 손상돼 있다.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에게 크름반도 러시아 점령을 공식 인정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로 간주된다. 2025.4.25.](https://img1.newsis.com/2023/07/18/NISI20230718_0000351593_web.jpg?rnd=20230718080834)
[크름반도=AP/뉴시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023년 7월17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 중간이 폭발로 손상돼 있다.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에게 크름반도 러시아 점령을 공식 인정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로 간주된다. 2025.4.2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제안한 우크라이나 종전 중재 방안 가운데 크름반도의 러시아 합병과 러시아군이 현재 점령한 영토를 기준으로 전투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를 기준으로 경계를 정하는 데는 적극 반대하지 않지만 크름반도 양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통치를 인정하는 평화 계획을 제안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반응은 크고도 명확한 ‘아니오’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 헌법을 위반하는 일이라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미 10년 넘게 러시아가 점령한 곳임에도 그랬다.
젤렌스키가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현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을 공식 인정하는 행위는 믿을 수 없는 적국에 위험한 양보를 하는 것이며, 그 지역의 우크라이나 국민을 버리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또 2014년 점령 이후 흩어진 가족들이 재결합할 수 있다는 희망도 사라질 것이다.
콘스탄틴 옐리세예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합법화하는 데 찬성표를 던질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정치적 자살보다 더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4년 크름반도는 계급장을 달지 않은 러시아 군복에 복면을 쓰고 나타난 러시아 군대가 정부 건물과 군사기지를 장악하면서 점령됐다.
당시 충돌은 거의 없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철수하거나 러시아 측으로 전향했다.
그러나 크름반도 점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시도하는 시발점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안에서 크름반도 문제를 제외하기를 원해왔다.
대신, 즉각적인 휴전을 통해 현재의 전선에서 전쟁을 동결하고, 유럽 평화유지군의 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등 러시아의 재공격을 막기 위한 안보 보장을 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의 크름반도 점령을 합법화하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배제한 것이다. 대신 러시아가 현 전선에서 교전을 중단하는 것이 러시아의 양보라고 제시했다.
비공식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전선을 기준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데는 열린 입장을 보여 왔다. 현재 전장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방식이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휴전선을 어디로 정하는 지보다 러시아가 휴전 기간 동안 재정비해 다시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확실한 보장을 받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역시 휴전 기간 중 군비를 확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미국의 제안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신지정학연구소 미하일로 사무스 소장은, 최전선 휴전보다 크름반도 인정 문제 때문에 협상이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크름반도는 인구가 약 200만 명이며 1991년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정하는 국민투표에서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지역과 함께 독립을 선택했다.
독립한 뒤에도 러시아인들이 즐겨 찾는 유명 관광지였으며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어 사용자였다.
러시아 지배에 반발해온 소수 민족 타타르족 단체들도 러시아 통치 인정에 반대한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크름반도 지위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로 여긴다.
2010년 크름반도 내 러시아 해군기지 임대 연장을 허용한 당국자들이 뒤에 반역자로 기소된 일도 있다.
2022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우크라이나 인권 변호사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는 “무력 점령된 크름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권한을 가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없다”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집행위원은 EU가 러시아의 크름 합병 인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타타르족을 지원하는 튀르키예도 크름반도에 러시아군이 상주함으로써 발생하는 안보 문제를 우려해 강하게 반대한다.
트럼프도 1기 대통령 시절인 2018년 러시아의 크름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크름 선언’을 발표했다.
크름 선언에는 “미국은 무력을 통해 국제법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점령된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재확인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젤렌스키가 이 선언문을 X에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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