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아내를 업고 달려라"…영국 '이색 경주' 유래와 우승 상금은

등록 2026.03.10 20: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793년경 바이킹 습격, 19세기말 핀란드 도둑 일화 등 의견 분분

우승자에게는 아내의 몸무게에 상당하는 양의 맥주 수여

[도킹=AP/뉴시스] 매년 영국 도킹에서 열리는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에서 뛰는 참가자들. 2026.03.08.

[도킹=AP/뉴시스] 매년 영국 도킹에서 열리는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에서 뛰는 참가자들. 2026.03.08.


[서울=뉴시스]김수빈 인턴 기자 = 영국에서 약 20여 쌍의 커플이 배우자나 연인을 등에 업고 달리는 이색 경주가 열렸다.

최근 BBC,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 시간) 영국 도킹(Dorking)에서 열린 제17회 '영국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UK Wife Carrying Race)'에서 핀란드 커플이 우승을 차지했다.

핀란드 출신 테무 투비넨과 야타 레이노넨은 약 380m 길이의 코스를 1분 45초 만에 완주하며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이들에게는 우승 상품으로 현지에서 생산된 맥주 한 통이 수여됐다.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박진감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이 대회는 단순한 현대적 유희를 넘어 천 년이 넘는 역사적 서사와 전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매년 3월 영국 서리(Surrey) 주의 도킹(Dorking)에서 개최되는 이 대회는 과거의 거친 역사를 유쾌한 스포츠 정신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회의 기원을 추적하는 역사학자들과 주최 측은 그 시작을 서기 793년경 바이킹의 습격 시기라고 이야기 한다. 당시 잉글랜드 북동부 린디스파른 해안을 침공한 바이킹들이 마을 여성들을 강제로 업고 배로 도망쳤던 약탈 행위가 대회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이다. 이 불명예스러웠던 과거의 흔적은 수 세기 동안 자취를 감췄으나, 지난 2008년 도킹에서 현대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재탄생하며 영국 사회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적 '아내 업고 달리기'의 직접적인 기틀은 19세기 말 핀란드의 악명 높은 도둑 괴수 '헤르코 로스보 론카이넨'의 일화에서 기인한다. 전설에 따르면 론카이넨은 부하들의 강인함을 시험하기 위해 무거운 호밀 자루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등에 업고 험난한 장애물을 통과하게 하는 혹독한 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더불어 마을의 곡식과 여인을 업고 도망치던 약탈 관습이나 인근 마을의 여성을 업어와 아내로 삼던 옛 풍습 등이 결합하여 오늘날의 경기 형태로 발전했다.

이러한 전설적 배경을 바탕으로 1992년 핀란드 손카얘르비에서 세계 대회가 처음 시작되었으며, 이후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산하며 독특한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영국 대회는 'Leith Hill Trail Runners'가 운영을 맡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의 규칙 또한 흥미롭다. 우승자에게는 아내의 몸무게에 상당하는 양의 맥주를 상금으로 수여하는 파격적인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현대의 대회는 명칭과 달리 반드시 실제 부부일 필요는 없으며, 18세 이상의 동료라면 누구든 파트너가 되어 참가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아내가 파트너의 목에 다리를 걸고 거꾸로 매달리는 '에스토니아 홀드'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우승 전략으로 통용된다.

과거의 비극적인 약탈사는 이제 국경을 초월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단순한 달리기 경주를 넘어 역사적 서사와 현대적 재미가 공존하는 이 대회는 매년 봄 영국 전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