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현 열사 9년만에 참배…두려움 털어냈다, 무슨사연?
오기화 여사, 박 열사 묘역 찾아 인사와 참배
남편은 고 김하니 시인…박 열사와 옥중 옆방
남편 묘역 지나던 순간 발 잡는 기이한 경험
"전할 말 있으셨을까"…"부름에 답하려" 용기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인 18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고(故) 김하니 시인(본명 김종기)의 배우자인 오기화(63)여사가 고 박관현 열사의 묘역 앞에서 나지막이 인사를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18/NISI20260518_0002138780_web.jpg?rnd=20260518170718)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인 18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고(故) 김하니 시인(본명 김종기)의 배우자인 오기화(63)여사가 고 박관현 열사의 묘역 앞에서 나지막이 인사를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인 18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
고(故) 김하니 시인(본명 김종기)의 배우자인 오기화(63) 여사가 고 박관현 열사의 묘역 앞에서 나지막이 인사를 건넸다.
오 여사가 국립묘지 제2묘역에 안장된 남편의 묘소에 인사를 올린 후 특별한 사연이 깃든 박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 여사가 박 열사의 묘소를 찾은 데는 9년 전의 생생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국립 5·18민주묘지 제2묘역에 첫 안장이 시작되면서 남편인 김 시인을 이곳에 안장하던 당시였다.
남편을 모신 후 무심코 박 열사의 묘역을 지나치던 그 순간 밑에서 누군가 자신의 발을 확 잡아당기는 듯한 기이한 경험을 했다.
오 여사는 너무 놀랍고 무서웠던 마음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 뒤로는 두려움에 쉽게 이곳을 찾지 못하다가 9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큰 마음을 먹고 다시 방문하게 됐다.
오 여사는 "그때는 무서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으셨던 게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오 여사가 수많은 열사 중 유독 박 열사에게 마음이 쓰였던 이유는 남편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김 시인은 생전 교도소 독방에서 박 열사와 옆방을 지낸 인연이 있었다.
오 여사는 남편에게서 박 열사의 안타까운 옥중 마지막 순간을 전해 들었다. 40여 일간의 옥중 단식 투쟁을 벌이던 박 열사가 식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옷가지를 빨다가 쓰러졌다는 것이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하루를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들불야학 교사로 활동한 고(故)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76) 여사가 멍하니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2026.05.17. lhh@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17/NISI20260517_0021285629_web.jpg?rnd=20260517111722)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하루를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들불야학 교사로 활동한 고(故)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76) 여사가 멍하니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2026.05.17. [email protected]
9일 동안 구금돼 모진 구타와 고문을 당한 후 풀려났지만 '요시찰' 인물이 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와 경찰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았다. 이후 광주로 내려와 옛 가톨릭센터(현 5·18기록관)에서 민주화를 알리는 시 낭송회를 준비했으나 진입 직전 형사들에게 붙잡혀 결국 2년 동안 옥고를 치러야 했다.
수감 생활 중 얻은 옥독(간염)은 결국 간암으로 악화됐고 김 시인은 지난 1999년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 여사는 남편 사후 대쪽 같았던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히 지내오다 지난 2017년 제2묘역 조성을 계기로 남편을 국립묘지에 정식 안장할 수 있었다.
오 여사는 "그 당시 박 열사가 제게 무언가 알리고 싶으셨던 게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으셨던 것인지 늘 마음의 빚처럼 남아있었다"며 "그 부름에 답하기 위해 9년 만에 오늘에서야 용기를 내어 찾아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남편이 남긴 8권의 시집과 유고 시집, 유고 산문집, 어록집, 그리고 날짜별 연보가 담긴 귀중한 자료 두 상자가 집에 보관돼 있다"며 "이제는 여유가 될 때 남편의 시와 기록들을 온전히 세상 밖으로 꺼내어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묘역을 나서는 오 여사의 발걸음에는 9년 전의 두려움을 털어내고 옥중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뜻을 세상에 이어가겠다는 다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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