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부터 광주의 빛까지…강요배 “가슴이 뛴다” 60년 회고전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1·2전시실서 개최
‘철목(鐵木)'· ‘광음(光音)’ 첫 공개
붉게 뒤엉킨 파동,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붓질, 어둠 속에서 터져 나오는 빛. 광주시립미술관 민주인권평화전 ‘강요배: 시간을 품다’는 제주4·3의 기억부터 인간과 자연의 시간까지, 작가가 60년간 통과해온 역사의 층위를 거대한 회화 공간으로 펼쳐낸다.

강요배 개인전 '시간을 품다'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13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개인전 이후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1992년 제주 귀향 이후의 풍경 연작과 최근작까지 60여 년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다. 회화, 영상 42여 점 및 아카이브 자료를 공개한다.
강요배(73)는 1980년대 미술그룹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사의 현실과 민중의 삶을 날카롭게 포착해왔다. 특히 제주4·3의 역사를 회화로 기록하며 역사 주제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난 강요배는 제주4·3의 상흔 속에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목격한 뒤 “특별한 이름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요나라 ‘요(堯)’와 북돋울 ‘배(培)’를 써 ‘강요배’라는 이름을 지었다.

철목(鐵木), 캔버스에 아크릴, 259×194cm,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1988년부터 3년에 걸쳐 제주 민중항쟁사를 그린 연작 ‘제주민중항쟁사’를 제작했다. 고려시대부터 제주4·3까지 이어지는 민중의 저항사를 담은 50점의 역사화 연작은 1992년 학고재 전시를 통해 공개되며 제주4·3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대표 작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4·3 기록화 연작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동백꽃 지다’를 비롯해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제작한 신작 ‘철목(鐵木)’과 ‘광음(光音)’도 처음 공개된다.
강요배 회화의 중심에는 ‘시간의 물질화’가 있다. 물감을 덧칠하고 밀어내며 겹겹이 층위를 쌓아 올리는 작업 방식은 단순한 질감을 넘어, 작가의 몸이 시간을 통과하며 남긴 물질적 기록처럼 화면 위에 축적된다.
그의 화면 속 제주의 바다와 바람, 돌과 하늘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죽음을 품어온 존재들이다. 거칠고 메마른 물질성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 사이를 오가며 역사와 기억을 현재의 시간 속으로 다시 불러낸다.

태극도, 종이에 포스터 컬러, 파스텔, 연필, 104x229cm, 1981 *재판매 및 DB 금지

장미빛 하늘, 캔버스에 아크릴, 181.7×227.5cm, 2021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이번 전시의 대형 회화들은 자연을 재현하기보다 폭풍과 빛, 파동과 침묵 같은 감각 자체를 화면 안에 응축한다. 붉은 색면은 상처와 생명의 이중적 감각으로 번지고, 거대한 붓질은 제주의 바람과 파도, 그리고 시대의 비명을 동시에 끌어안는다.
강요배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 60년 그림들을 부려놓으니 어떻게 보일지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고 전했다.
윤익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민주인권평화전은 광주가 품어온 오월 정신을 기념하는 동시에 인류 보편의 가치를 사유하는 자리”라며 “민주·인권·평화의 가치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질문과 미래의 사유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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