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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 멈춰도 공포는 진행형…이란 어린이 2000만명 '전쟁 트라우마'

등록 2026.04.11 05:52:00수정 2026.04.11 06: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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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 지난 3월 2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그랜드 모스크에서 한 참배객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2026.04.10.

[테헤란=AP/뉴시스] 지난 3월 2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그랜드 모스크에서 한 참배객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2026.04.10.


[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이란 어린이들의 정신적 내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달여간 지속된 공습과 폭발의 공포가 아이들의 일상을 파괴하며 세대 전체의 비극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9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약 한 달간 이어진 공습과 폭발음으로 이란에서 많은 어린이가 심리적 '과각성'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 신호다. 과각성은 외부 자극 반응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불안, 극도의 피로, 수면 장애 등으로 이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란 인구의 약 20%인 2040만 명이 14세 미만 아동인 상황에서, 전쟁의 여파가 한 세대 전체의 비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 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서 최소 3636명이 숨졌으며 이 중 254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쟁 시작 후 이란 어린이들은 학교와 친구 등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된 채 집 안에서만 머물며 공습을 견뎌야 했다. 15세 소년 알리(가명)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전에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지만, 이제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전투기 비행 소리와 폭발음, 충격파가 마음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지 상담 기관에서도 심각성은 확인된다. 테헤란의 한 인권센터에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어린이들의 상담이 급증했다. 센터 상근자인 아이샤는 "수면 장애와 악몽, 집중력 저하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당국이 아동들을 조직적으로 준군사 조직에 동원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란 정권은 부모들에게 자녀가 국가 집행의 핵심 기구인 '바시즈 민병대'에 합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동원은 실제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3월 29일 테헤란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검문소 근무 중이던 11세 소년이 드론 공격으로 사망해 아동 인권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이란 당국이 15세 미만 아동을 군사 서비스에 동원하는 것을 두고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영구 휴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멈추더라도 아이들의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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